국제 국제일반

'긴축 희생양' 청년층, 반대에 몰표

■ 긴축 반대… 기로에 선 그리스

예상 깬 '압도적 NO' 왜

IMF 부채탕감 보고서도 국민들 표심 자극한듯


찬반이 팽팽히 맞설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고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반대(OXI)'가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이는 일방적인 긴축 강요에 시달려온 젊은 층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진데다 반대표가 높으면 향후 협상에서 더 나은 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국민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앞서 정치권과 금융시장은 미세하게나마 '찬성(NAI)' 우세를 점쳤다.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긴축 프로그램에 불만을 품고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권을 세웠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저버리기 힘들다는 현실론에 기울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긴축에 불만이 높은 젊은 층이 반대에 몰표를 던졌다. 영국 가디언지 등에 따르면 젊은 층(18~35세)의 반대 비율은 67%로 노년층(55세 이상)의 37%를 압도했다. 노년층은 연금 및 예금이 걸려 있어 은행권 붕괴가 우려되는 '반대'에 투표하기를 꺼렸지만 젊은 층은 긴축에 대한 불만이 컸음으로 해석된다. 그리스는 지난 5년간 긴축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경제사정이 전혀 나아지지 않은 상태로 현재 젊은 세대의 실업률은 49.7%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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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보고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MF가 이 보고서에서 그리스 채무탕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그리스 국민도 향후 협상에서 더 나은 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반대가 클수록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 채권단으로부터 더 좋은 합의안을 끌어낼 수 있다"며 그리스 국민들에게 반대에 투표할 것을 독려했다.

주요 채권국인 독일에 대한 그리스의 반감도 작용했다. 그리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의 핍박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유물을 약탈당했다. 그리스 정부가 올해 초 채무 재조정을 요청하면서 나치 피해 배상금을 요구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찬성파의 패착으로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볼프강 뮌하우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5일 그리스 국내외 긴축 찬성파들의 잘못된 판단이 이어지면서 압도적인 표차로 반대파가 승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장 큰 실책은 유럽연합(EU) 정치인들이 그리스 국민투표에 명백하게 개입한 것이라고 뮌하우는 지적했다. 긴축 반대는 곧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로 이어질 것이라며 압박을 지속한 것이 오히려 반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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