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선거공약과 부동산

“이러다가 또 집값만 오르는 거 아녜요?”(뉴타운으로 거론되는 지역 주민 A씨) 5ㆍ31 지방선거 이후 여기 저기서 쏟아지는 ‘말잔치’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민선 4기 풀뿌리 지자체 당선자들은 알맹이 없는 개발 계획을 봇물처럼 쏟아내면서 일부 지역의 집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아직 새 지방정부가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가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건 지역 개발 계획이 부동산시장에서 호재로 둔갑해 해당 지역의 땅값과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 또 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부동산 세제를 부분적으로 손질할 움직임을 보이자 집값 상승의 기대감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방선거 이전의 집값 거품 논란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하거나 세금 납부에 부담을 느낀 주택 보유자들이 동요하던 모습은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선거 공약으로 뉴타운을 50개로 확대하고 강북 4대문 지역의 도심 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뉴타운 지정이 예상되거나 도심 재개발로 우선 개발될 것으로 보이는 세운상가 일대에는 갈 곳 잃은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도 수도권 규제를 풀고 수도권 택지 개발을 늘려야 한다고 공약해 과천ㆍ의왕ㆍ하남ㆍ서울공항 등의 중개업소에는 이미 상당수 큰손들이 투자 문의를 해온 상태다. 선거 공약이 현재 가시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만큼 선거 공약의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부동산시장은 최근 침체 분위기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작은 개발 소문만 퍼져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이만한 ‘희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민선 4기 지방선거 당선자들은 앞서는 의욕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개발 계획들이 시장에 전해질 때마다 집값이며 땅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동산시장은 미세한 가격 상승의 기미만 있어도 요동치는 민감한 곳이다. 선거 당선을 바라는 정치인들은 이 같은 시장의 속성을 헤아려 정책 입안 과정에서 말 한마디라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말은 그냥 내뱉으면 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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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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