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동안 임명과 퇴임 과정에서 드러나는 대법관들의 도덕성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 일쑤였다. 인사청문회 검증에서는 부동산투기, 탈세 의혹에 어김없이 걸려드는가 하면 임기를 마친 후 '전관예우'를 받지 않는 대법관들도 손에 꼽았다.
지난 2000년 도입된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을 괴롭힌 것은 단연 부동산투기 의혹이다. 2012년 대법관 후보자로서 처음으로 중도낙마한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의 발목을 잡았던 문제도 저축은행 수사 개입 논란과 함께 부동산투기 의혹이었다. 김 전 지검장이 근무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2건의 위장전입을 한 게 투기 목적이라는 의혹을 받은데다 서울의 한 아파트를 매입하며 취득·등록세를 낮추기 위해 거래가격을 반으로 낮춘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25일 열린 권순일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부동산은 '뜨거운 감자'였다. 권 후보자가 춘천지법 판사로 재직할 당시 연고도 없는 경기도 화성 일대에 땅을 사들여 73배가 넘는 차익을 남겼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특히 땅 소유권을 정리하며 춘천을 기반으로 사업하는 중견 건설업체 기업인이 공시지가 7분의1에 불과했던 토지거래 공동매매권리를 포기했다는 스폰서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대법관들의 퇴진 역시 전관예우 관행 속에서 불명예에 휩싸였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5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엿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변호사사무실을 연 지 5개월 만에 수임료로 16억원을 벌어들인 게 결정적인 사유가 됐다. 한때 강직함과 청렴함의 대명사로 불렸던 안 전 대법관이었기에 퇴임 후 거둔 고액의 수입에 대한 국민들의 충격이 더 컸다.
김능환 전 대법관도 지난해 8월 국내 한 대형 법무법인의 고문변호사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란 일었다. 그는 퇴임 후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채소가게에서 일을 도와 '편의점 대법관'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지만 5개월 만에 변호사로 변신해 이상득 전 의원, 한명숙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의 사건을 연달아 맡았다.
이날 권 후보자는 퇴임 후 활동에 대해 "저는 대법관을 마치고 나면 저술하고 후진을 양성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전관예우를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2000년 이후 퇴임하고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대법관 출신은 김영란·조무제·김황식·전수안 전 대법관 등 겨우 4명에 불과하다. 학계 출신인 양창수 대법관도 오는 9월 퇴임한 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둥지를 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