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2부> ③ 여신전문사, 클린 카드의 길 찾아라

과열경쟁은 막되 부수 업무 늘려 카드업계 숨통 틔워줘야<br>급격한 냉·온탕 정책은 또다른 부작용 불러<br>열거주의→포괄주의 전환땐 다양한 신규 업무 기회 많아… 수익개선·체질강화 가능



지난 8월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아침 일찍부터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였다. CEO들은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착석했다. 애써 미소를 띠려 했지만 이들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일부 CEO의 얼굴에는 뭔가 큰 잘못을 해 질책을 당할지 모른다는 떨림의 흔적까지 엿보였다. 상견례 성격이었음에도 분위기가 이처럼 가라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전회사, 개중에서도 카드업계가 지난 10여년 동안 걸어온 밝지 못한 길과 연관돼 있다. 지난 2003년 카드 대란에서 최근의 카드 과열경쟁에 이르기까지 여전사는 업종의 규모 이상으로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회동에서 권 원장이 "금리와 수수료 부담을 완화해주고 불합리한 가맹점 수수료율을 시정해달라"고 단호한 어투로 요구한 것 역시 이런 줄기와 닿아 있다. 이런 상황은 여전업이 제2의 도약기를 맞기 위해서는 체질개선과 소비자 신뢰가 절실함을 보여준다. 여전사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인위적 경기부양 정책이 카드회사에 시련을 안겨줬듯 금융 당국이 최근 급격하게 옥죄고 있는 규제장치 역시 부작용을 몰고 올 수 있는 탓이다. 급격한 냉온탕 정책은 시장의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 업계의 한 CEO는 "과열을 막는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부수 업무를 확대해주는 등 업계의 숨통을 터주고 체질을 개선할 공간을 주는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희생양에 상처 입은 신뢰=여전사의 중심인 카드사가 소비자로부터 멀어진 것은 2000년 초반.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카드를 정책적 도구로 삼았고 '길거리 모집'으로 상징되는 인위적 경기부양의 씨앗을 뿌렸다. 국민연금조차 납부할 수 없는 무소득자에게 1인 평균 2.3매의 카드가 뿌려졌고 심지어 사망자에게도 카드가 발급되는 살풍경이 벌어졌다. 무분멸한 카드 발급은 고리의 카드대출로 이어졌다. 카드 대출은 수익성은 높여줬지만 리스크 관리에는 치명적 독으로 작용했다. 카드 대란의 절반의 책임은 정부가 뿌린 비극의 씨앗에서 탄생한 셈이다. 불신의 깊은 골은 아직도 메워지지 않고 있다. 대란 이후 카드사는 각고의 노력으로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실제 대란 이후 카드사의 경영지표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2003년 총자산에서 64% 비중을 차지하던 카드대출은 2010년 현재 37%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연체율은 28.3%에서 1.68%로 크게 개선됐고 고정이하자산 비율도 8.8%에서 1.32%로 뚝 떨어졌다. 인고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건실한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체질개선 위한 각고의 노력 필요=여전사의 경영지표는 개선됐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업체의 외형(경영 실적)은 되살아났지만 소비자가 얻은 실질적 혜택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고 가맹점을 비롯한 각종 수수료 체계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금감원이 최근 제과점과 소매유통업 분야 217개 프랜차이즈 업체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실태를 조사한 결과 카드사의 수수료 부과에는 여전히 불합리한 점이 없지 않았다. 여전사가 자립 갱생하는 차원을 넘어 한 단계 높이 도약하려면 이런 구태를 떨쳐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 담보돼야 할 것은 카드사가 구태를 반복하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는 수익성 확보다. 카드사가 체질을 개선해 비용을 절감하면 그 여력만큼 대출금리나 가맹점 수수료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카드사의 체질개선을 위해 내놓는 해법은 ▦리볼빙 카드자산 확대 ▦비주력 업무의 아웃소싱 ▦휴면카드 축소 ▦수수료 다변화 등.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수익구조의 개선이 중요한데 지금은 할부판매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며 "이를 대체할 추가 수익원을 개발하고 기존 비용을 줄이는 등 수익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거주의를 포괄주의로 전환해 부수업무 확대해줘야=현재 여전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은 매우 협소하다. 거칠게 표현하면 카드사의 경우 신용판매와 카드대출이 돈을 벌 수 있는 전부다. 그렇다고 업체에만 화살을 돌릴 수도 없다. 여전사는 새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도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여신금융업의 부수업무는 열거주의(포지티브 리스트)로 규제된다. 법이 허용하는 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 은행 등 수신 금융회사에 대한 업무범위 규제는 강하지만 여신업무만 수행하는 곳에는 규제를 거의 하지 않는다. 현행 열거주의가 포괄주의(네거티브 리스트)로 완화되면 국내 카드사도 본업에서 획득한 영업 노하우와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다양한 부수업무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체질개선을 통한 비용절감 외에도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어 금리나 수수료를 인하할 여지가 커진다. 더욱이 카드사에는 결제정보라는 다른 금융회사가 갖지 못한 킬러 콘텐츠(특별 분야)가 있다. 고객의 결제정보를 분석해 다양한 맞춤형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카드사 자체가 소비자와 가맹점이라는 두 고객군을 연결시켜주는 유통업자라는 점에서 신규 수익모델도 창출할 수 있다. 이윤희 삼성카드 기획조사팀 상무는 "카드사의 결제정보는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며 "예를 들어 판매채널이 협소한 중견기업을 소비자에게 연결해주는 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신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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