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정부가 특허 직접 관리ㆍ매매… 中企 SW개발 탄력 붙을 듯

■ 특허괴물 맞설 소프트웨어뱅크 만든다<br>대기업과 특허분쟁 부담 덜고 무단도용 차단ㆍ투자확대 기대<br>단발성으로 끝나면 효과 없어… 기존 정부업무와 중복도 문제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도 소프트웨어 뱅크를 만드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관련 응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온라인쇼핑몰(앱스토어)인 '삼성앱스'의 이미지. /서울경제 DB


#사례1.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사 사장 A씨는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던 중 대기업의 자회사가 자신들의 특허를 무단으로 도용한 사실을 알아냈다. 무엇보다 이 대기업이 자회사의 제품을 가져다 쓰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매출마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분개한 A씨는 변호사를 고용해 자신의 기술이 도용됐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배상금을 받으려 했지만 포기했다. 변호사 비용도 문제지만 특허도용 사실을 입증해 위자료를 받아낸다 하더라도 향후 해당 대기업에 납품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었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변리사나 기술 관련 변호사들을 찾아다녔지만 대기업의 '괘씸죄'가 무서워 그냥 포기했다"며 "여타 대기업에도 제품을 납품하지 못할 것 같아 아예 법적 대응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례2. 대형 SI(IT서비스)업체와 함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B사는 개발 도중 발생한 특허를 몽땅 대형 SI업체에 빼앗기게 생겼다. 해당 업체의 제품에 들어가는 기술인데다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이라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대기업의 주장 때문. B사는 해당 업체를 고발하고 싶었지만 딱히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업계는 지식경제부가 국내 소프트웨어 특허를 직접 관리 및 공유ㆍ매매하는 '소프트웨어 뱅크' 설립에 나서겠다고 하자 반기는 분위기다. 이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중소기업들도 특허개발에 나설 무대가 마련되고 이와 관련한 억울함도 줄어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특허청이 지난해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특허분쟁 현황'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승소한 비율은 지난 2008년 55.5%, 2009년 45.2% 2010년 42.6%로 점차 줄고 있다. 특허 관련 소송 청구건수도 2008년 262건, 2009년 181건, 2010년(8월까지 조사 결과) 137건으로 줄고 있어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특허를 '계륵'으로 여기고 있기까지 하다. ◇소프트웨어 업계 환영 분위기=이런 상황 속에 탄생한 소프트웨어 뱅크를 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허를 정부가 관리하니 법적 소송에 힘을 빼지 않아도 되고 특허를 활용한 수익도 투명하게 공개돼 투자할 유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LG유플러스와 '휴대폰 긴급구조 서비스' 관련 특허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였던 서오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소프트웨어 뱅크는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그동안 중소기업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개인사용자들뿐 아니라 같은 영세업체들도 마구 복제해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며 "소프트웨어 권리를 정부가 보장하고 관리감독해준다면 중소업체나 영세 개발자들에게는 그나마 비빌 언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란 대한변리사회 부회장은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특허 관련 분쟁에서 움츠리는 이유는 국내 산업이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현실에 있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준다면 특허와 관련한 분쟁도 줄어들고 중소업체들의 개발 동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추진 IT사업에 대한 불신, 업무중복은 극복과제=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경부는 이미 중소기업보호상담센터를 통해 중소업체들의 특허권을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으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또한 국내 IT산업 진흥을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중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정부 추진사업에 대한 업계의 불신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실제 1987년에 추진됐던 한국형 PC 운영체제인 'K-DOS'나 이후의 한국형 '리눅스 사업' 및 모바일 플랫폼 표준인 '위피(WIPI)'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으로 실패한 바 있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나와봐야 알 수 있지만 정부가 잘 해낼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업계의 지나친 환영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규영 모빌리스 대표는 "정부 주도의 사업은 상대적으로 열의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무엇보다 단발성으로 끝난다면 성공하기 힘들다"며 "오히려 실리콘밸리처럼 성공한 벤처들이 재투자를 통해 특허나 IT산업을 관리하는 게 생태계 측면에서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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