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북한의 도전과 한국의 역할

북한이 결국 미사일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미국 주도의 국제비확산체제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는 미국을 압박해 대북 강경책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판 전체를 흔들어서 협상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기 위해 미사일 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북한은 아직까지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구체적인 논평 없이 미국 등 관련국들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대로 미국 등 관련국들이 협상장으로 나오게 될까.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쪽은 북한이다. 북한은 미국이 금융 제재를 풀지 않는 한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다. 그러면서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초청하기도 했다. 북ㆍ미간 양자대화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의도대로 움직여줄지는 불투명하다. 자국을 위협하는 세력과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다. 미국이 이런 원칙을 깨면서 북한과 협상에 나서겠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미국은 보다 강력한 대북 압박을 위한 ‘명분’을 얻은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북ㆍ미간 날 선 대립은 동북아 안보질서 전체를 위협하면서 주변국들까지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협상의 ‘아교’ 역할을 했던 중국은 미사일 발사로 행동 반경이 크게 좁아졌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됨으로써 중국은 자존심이 구겨졌을 뿐만 아니라 관련국들의 신뢰도 잃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는 한편 북한을 달래서 위기에 빠진 동북아 정세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밝힌 대북 쌀ㆍ비료 추가지원 중단 방침 이후 아직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5일 “구체적인 대응 조치는 관계 부처간, 관련국간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ㆍ일의 강경 기조에 편승하기도, 기존의 화해협력정책을 지속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정부가 어떤 ‘단계’를 밟아 꼬일 대로 꼬인 한반도 위기 상황을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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