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심층진단] 최악상황 벗어났지만 대외악재 여전… 아직 낙관 이르다




박재완 장관이 다시 꺼낸 ‘경기 바닥론’…실체와 타당성은

다시 부상한 경기 바닥론…학계, 대외 악재 최악국면 피했지만 낙관하긴 일러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반기에 이어 최근 다시 ‘경기 바닥론’을 들고 나오면서 발언을 꺼낸 배경과 타당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 경기가 여전히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상존하고 있는 탓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9월을 전후로 우려했던 대외 악재들이 최악의 국면은 비껴갔다는 차원에서 박 장관의 발언을 이해하면서도, 아직 경기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박 장관의 발언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4ㆍ4분기는 3ㆍ4분기보다 (경기흐름이) 낫고, 내년은 올해보다 낫다”는 말로 경기가 바닥을 쳤음을 시사했다. 박 장관이 국감에서 ‘3분기 바닥론’의 근거로 앞세운 건 재정확대에 따른 효과다. 2차례에 걸쳐 발표한 13조원 규모의 재정투자 보강대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만큼 이달부터 본격적인 경기활성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주장이다.


박 장관은 “재정집행이 7월까지는 저조했지만, 9월에 상당히 속도를 내서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집행률은 ▦지난 6월 60.9% ▦7월 66.3% ▦8월 71.4%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재정부 관계자는 “매월 평균 5%포인트 정도씩 상승하는 집행률이 9월엔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며 “연 평균 13조~14조원 남는 이연ㆍ불용 예산을 올해는 4조5,000억원 정도 더 집행해 경기회복에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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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주요 경제지표의 흐름도 3ㆍ4분기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생산지표의 경우 지난달 현대ㆍ기아차 파업에 따른 영향이 사라지면서 전월대비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은 6월(-0.5%), 7월(-1.9%)에 이어 8월(-0.7%)에도 줄며 석 달 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왔다. 수출 역시 석 달 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9월 수출은 456억6,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8% 감소, 3개월 째 줄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파업을 푼 현대차가 생산설비를 풀 가동하는 중이고, 자동차 수출이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만큼 생산과 수출지표에 뚜렷한 플러스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수출의 경우 3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긴 해도 마이너스 폭이 확연히 줄어 이미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침체된 소비 역시 9월에는 명절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6.9% 줄며 3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9월에는 명절 수요가 8~9월에 분산됐던 지난해와 달리 추석효과가 고스란히 9월 치에만 반영된다. 재정부는 지표가 확연히 개선될 경우 지표에 영향을 받아 기업투자와 소비심리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3분기 바닥론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회복의 강도’를 어느 정도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겠지만,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과연 일시적이고, 미미한 반등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유럽재정위기, 중국의 경기둔화, 미국의 더딘 경제회복 등 해외악재가 산재한 상황에서 단순히 지표 몇 개가 개선되는 것으로 경기회복을 낙관하긴 무리라는 지적이다. 내수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수출은 글로벌 경기와 직접 관련된 만큼 내년 글로벌 경기가 딱히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경기회복이 나타나긴 어렵다.

지난 상반기에도 박 장관이 앞서 박 장관이 예상했던 ‘바닥’이 매번 무위로 돌아간 전력(?)이 있다는 점도 경기 낙관론에 대한 무게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와 공동조사 한 수출선행지수에 따르면 4분기 수출선행지수는 50.7로 전분기보다 3.3포인트 하락해 지난 2010년 1분기(40.7)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미적미적한 회복세에 대해 회복세라고 부르는 데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가라앉는 잠재성장률도 고민거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2013년 및 중기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12~2016년 한국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을 3.7%로 예측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전인 2004~2007년의 잠재성장률 4.4%보다 0.7%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성장엔진’ 역할을 해야 할 성장잠재력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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