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라인-루르공업 지역'은 전후 독일 경제부흥의 심장부다. 이곳의 대표 도시는 뒤스부르크·에센·보훔·도르트문트 등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곳에 가면 공장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르트문트에 가보면 잔디밭에 숲이 우거져 있고 도심 한복판에 케이블카가 다닌다. 마치 공원에 온 듯하다. 이 지역은 대표적인 '기술단지(technology park)'다.
염색폐수의 폐열 지역난방에 활용
그렇다. 바로 이게 우리 산업단지의 미래상이다. 쾌적하고 안전한 단지가 바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노력해야 한다.
국내에서 추진 중인 '생태산업단지(eco industrial park)'가 바로 이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효율성과 생태환경 영향을 고려해 설계된 '녹색산업단지'를 의미한다. 기업의 경제적 성과는 향상시키면서 기업 간 자원 순환이용구조를 활용해 주위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한 단지를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포항·여수·울산 등 곳곳에서 이런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 반월산업단지에 위치한 반월염색조합이 좋은 사례다. 원래 이곳은 70여 염색업체의 생산과정에서 매일 염색폐수가 발생한다. 염색폐수는 35도까지 오른다. 그리고 조합 인근에 안산시 5만3,000여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안산도시개발이 위치해 있다. 이 같은 환경요소를 모두 연결, 염색폐수의 폐열을 활용해 지역난방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지난해 4월 염색조합과 안산도시개발을 연결하는 열공급 배관공사가 마무리되고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연간 절감되는 난방열 생산비용은 47억원에 달한다. 에너지 사용량 절감을 통해 온실가스를 매년 1만2,472톤을 감축하는 환경적 효과도 달성했다. 소나무 9만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기업들은 원료와 에너지를 재활용해 친환경과 경제성 효과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고 지역사회는 환경개선의 부가적 이득을 얻는 상생모델이다.
공장의 지붕을 태양광 발전시설로 덮는 사업도 마찬가지다. '산업단지 선루프 벨트 구축사업'이다. 몇몇 곳에서 이미 이 사업을 시작했다. 태양광 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기존 산업단지 내 공장 지붕이나 주차장 등을 임차해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환경 고려한 안전 산단 조성을
하지만 쾌적한 산업단지보다 더 중요한 게 안전이다. 국내 산업단지는 오래된 곳이 많아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아무리 생산성을 높여도 사고가 나면 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단공이 최근 5개 안전전문기관과 산업단지 안전관리를 위한 공동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녹색'이건 '안전'이건 기업들의 협조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무리 앞장서도 기업들의 녹색과 안전에 대한 인식전환 없이는 이들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 기업과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일은 한국의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이자 우리 후손을 위한 최소한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