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5월 20일] '찬밥 신세' 공교육과 펀드

"요즘 학교에서 교과서로 공부하지 않아요. 이미 학원에서 배웠다고 전제하고 수업하고 있대요." 얼마 전 아들의 시험성적이 좋지 않아 한마디 했더니 아내가 하는 대답이었다. 자식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데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게 무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학교 교육이 사교육에 밀려난 현실이 가슴 아프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교육제도를 만들지 못한 우리 세대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증권가에 돌아다니다 보면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쉽게, 그것도 아주 자주 듣게 된다. 투자자문사에 대한 얘기가 바로 그것이다. 개인 등에게 뭉칫돈을 받아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투자자문사에 대해 증권사 직원이나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관계자 누구를 만나도 한마디씩 한다. 모 자문사에는 강남의 큰손이 몇 백억의 뭉칫돈을 들고 나타났다느니, 어디서는 대박 수익률을 올렸다느니 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반면 펀드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다. 지난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들을 외면했기 때문이란다. 그러다 보니 일부 업계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2003년 SK글로벌 사태로 대규모 환매가 발생한 후 지금처럼 홀대 받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자산운용사들은 고객을 확보하고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계좌만 만들고 실제 운용은 자문사에 맡기는 우회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이라는 신분과 졸업장만 타가고 필요한 공부는 학원에 가서 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문제는 자산운용사들이 이와 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기껏해야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게 고작이다. 물론 펀드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워낙 강하고 안전자산으로서의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 운용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투자기법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주가가 안 오르는데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한 운용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은 계속될 것 같다는 게 이제 갓 증권이라는 강물에 발가락을 담그기 시작한 햇병아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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