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정일, 과격하고 고집 센 성격"

■1980년 외교문서 1,300여권 공개<br>정부 '北후계자' 분석…1968년 동해에 방폐물 투기


정부가 지난 1980년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공식 등극한 김정일 현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과격하고 고집이 세며 모험주의적 성격으로 두뇌가 명석한 편’이라고 분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는 당시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방북으로 인한 북미 간 접촉 증대에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펼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통상부는 21일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외교부령)’에 따라 30년이 경과한 1980년도 외교문서를 중심으로 총 1,300여권(약 18만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김정일 등장에 전세계 언론 ‘공산왕조 출현’=외교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당시 북한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일이 북한의 실질적인 2인자로서의 역할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일의 등장에 당시 세계 각국 언론도 ‘공산왕조의 출현’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최근 김정일의 삼남 김정은이 후계 지목을 받은 것과 비슷한 논조의 보도가 잇따랐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세계 최초의 부자권력 세습’이라고 보도했으며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는 '김일성 일가의 족벌정치 출연’이라고 전했다. 당시 정부는 북미 교류 강화를 막기 위해 다각도로 외교적 노력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1980년 7월14일 스티븐 솔라즈 미국 하원의원이 북한을 방문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2일 토머스 레스턴 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자 방문 목적과 초청 경위를 파악하려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미 국무부에 레스턴과 같은 전직 고위 국무부 관리의 방북을 저지시켜야 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ㆍ일본, 김대중 구명 위해 한국 정부 ‘압박’=아울러 미국과 일본 정부가 1980년 사형을 선고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명을 위해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원회 소속 의원 9명은 1980년 10월3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 “만약 김대중이 처형되면 한미관계는 파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한국 정부가 이 같은 경고를 무시하면 주한 미국대사를 소환하고 미 수출입은행 차관을 포함한 경제협력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역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 한일 정치결탁 의혹으로 여론의 공격을 받자 북한과의 교류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동해상 방사능 폐기물 투기도 밝혀져=여기에 정부가 40여년 전 동해상에 수십톤의 방사능 폐기물을 투기했던 것으로 공개된 외교문서에서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1968년부터 4년간 약 45톤의 저수준 방사능 폐기물을 동해상에 투기 처리했다. 투기 지역은 울릉도 남쪽 12해리로 수심 약 2,200m 지점이다. 투기된 폐기물은 방사능이 1년 안에 안전 수준까지 자연감소되는 저수준 방사능 폐기물로 두께 15㎝인 보관용기에 밀봉된 상태였다. 정부는 두 차례의 현장조사 결과 방사능이 자연상태의 해수 수준과 차이가 없고 해양오염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시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가 일본 해역에 방사능 폐기물을 무단투기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대북 무기수출 놓고 한ㆍ서독 외교갈등도=또 대북한 무기수출 문제를 놓고 한국과 서독 간 외교적 갈등이 빚어졌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1980년 7월29일 서독 탄약회사 ‘다이너마이트 노벨(Dynamite Nobel)’이 북한 수출용으로 제조한 캘리버 22 실탄 46만5,000발 가운데 4,000발이 운송 도중 서베를린에서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도난당한 실탄은 서독 경찰 당국이 모두 압류했지만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주독 한국대사관은 해당 실탄이 ‘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COCOM)’ 리스트에 의거한 수출금지 품목이라며 관계 당국 및 업계의 주의환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독 정부는 ‘문제의 실탄은 스포츠용 소구경이라 수출을 허가했다'고 밝혔지만 미군 당국은 해당 실탄이 체코제 소총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8월11일 볼프강 에게르 당시 주한 독일대사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서독 정부에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한편 외교부는 최근 외교문서 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1980년 외교문서 대부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특정 인물의 이름이나 인적 사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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