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뷰] 내달 유고전범 재판관 부임 권오곤 판사

"한국 법조인 우수성 알리겠다""우리나라 법조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맡는 중책인 만큼 앞으로 최선을 다해 한국 법조인의 뛰어난 경쟁력을 보여주겠습니다." 구(舊)유고 국제전범재판소(ICTY) 재판관으로 다음 달 17일부터 4년간 일하게 되는 권오곤(48ㆍ사시19회)사법연수원 연구법관의 자신감에 찬 일성(一聲)이다. 그는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지난 3월 국내 법조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재판관 14명을 선출하는 선거에 당선, 다음달 10일로 다가온 출국준비로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ICTY는 밀로셰비치 구 유고 대통령 등이 저지른 학살과 강간 등 반 인도적 범죄를 재판하기 위해 지난 93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설립된 국제 재판소다. ICTY는 지난 97년 '인종청소부'로 불리던 세르비아계 전범 아르칸을 기소했다. 또 이슬람계 주민들을학살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범들에 대해서는 징역 25년 등의 중형을 선고하기도 하는 등 반 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전범들에게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다. 권 연구법관은 출국 후 일주일 정도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사실 심리 재판부 등 재판부가 정해지면 바로 재판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권 판사는 ICTY 소속 재판부 중 최연소 재판관이다. 그는 ICTY 재판관에 선출된 의미에 대해 "식민 지배와 전쟁 등 암울한 시대를 겪었던 피해자 입장에서 반 인도적 범죄를 처벌하는 국제기구의 판사로 참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권 연구법관은 해박한 법 논리에 친화력까지 겸비, 법조계 선후배간에 신망이 매우 두텁다. 박상길 서울지검 3차장과 정우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는 20여년 이상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한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경기고ㆍ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 77년 사시19회에 수석합격, 79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된 이후 대통령비서실 법제 연구관, 대구고법 판사, 법원행정처 기획ㆍ법무담당관, 헌법재판소 연구부장, 서울지법 부장판사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판사 재직 시절인 85년에는 미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각종 국제회의에도 자주 참석한 인연으로 법원 내에서 국제통으로 꼽힌다. 지난 97년에는 서울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홍준표 전 의원 선거법 위반 사건 재정신청 건을 맡기도 했다. 이밖에도 시위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10년 동안 불법사찰을 받아 온 회사원에게 국가의 손해배상을 명령한 판결, 지하철 사고로 30여분간 갇힌 20여명의 시민이 지하철 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객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그 책임을 묻는 등 소수의 권리를 존중하는 따뜻한 판결을 많이 내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아직 국내 법조인들의 국제 분야의 진출은 미진한 상황으로, 미약하나마 국제진출의 교두보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후배 법조인들에 거는 기대도 잊지 않았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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