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기업활동 걸림돌' 사베인스법 개정한다

외부 회계사에게 맡기던 내부통제평가 폐지 골자…SEC, 404조 수정하기로


미국 금융감독당국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회계기준을 적용, 미국 기업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고 지적받아온 ‘사베인스-옥슬리법’을 대폭 개정하기로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3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어 기업들의 분식회계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2002년 도입된 ‘사베인스-옥슬리법’의 기업감사 규정을 완화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미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의 부담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은 우리은행ㆍ신한금융지주ㆍKTㆍ포스코ㆍ한전 등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업에도 적용된다. 개정된 규정의 핵심은 사베인스-옥슬리법 가운데 기업 내부통제 시스템의 효율성 평가업무를 외부 회계사에게 맡기기로 한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404조이다. 크리스토퍼 콕스 SEC 위원장은 “기존 규제에는 과도한 비용과 중복적이고 불필요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규정 완화 조치는 사실상 ‘사베인스-옥슬리법’ 404조가 기업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업계의 주장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사베인스-옥슬리법은 2002년 석유기업인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 이후 미국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엄격한 내부통제와 외부감사 기준이다. 미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들에도 엄격히 적용돼왔다. 미 상공회의소의 마이클 라이언 자본시장경쟁담당 국장은 이에 대해 “이번 결정은 지금까지 404조가 기업들에 얼마나 큰 부담으로 작용했는지를 인정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 재계는 외부 회계사를 동원해야 하는 등 지나치게 엄격한 회계관리 규정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비용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그동안 이를 완화해줄 것을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기관인 AMR리서치는 미국 기업들이 사베인스-옥슬리법으로 인해 올 한해 동안에만 60억달러의 추가 비용을 쓸 것으로 예상했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법안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앞서 “사베인스-옥슬리법이 기업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과도한 규제가 자본의 대외 유출과 기업경쟁력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인사들까지 논란에 개입한 것은 미국의 경기둔화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ㆍ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3%에 머물렀고 올 한해 전망도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2.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부양에 대한 필요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미 증시를 회피함으로써 금융의 주도권이 유럽 등으로 넘어간다는 우려도 적지않았다. 이날 SEC가 개정안을 승인함에 따라 미 의회의 법개정 작업이 이른 시간 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미 하원은 올초부터 사베인스-옥슬리법의 개정작업을 진행 중으로 이번 SEC의 결정으로 결정적인 장애물이 사라진 셈이다. SEC는 다만 기업감사 시스템 자체는 엄격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기업내부 감사가 내부통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독자적으로 평가하도록 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재무 보고서 작성을 유도하고 회계부정을 방지하겠다는 본래 취지를 살려나간다는 생각이다. . 콕스 SEC 위원장은 “이번 개정은 기업 내 회계감사 노력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자는 취지”라며 “엄격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기본인식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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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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