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FTA와 조달물자 원산지 정보


최근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과 한ㆍ미 FTA의 국회비준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들 협정이 발효되면 우리나라 수출기업 물량의 35%를 관세 없이 외국에 진출할 수 있다. 흔히들 우리기업에 경제영토가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무역협정에서 한쪽이 유리한 경우는 없다. 상대 국가도 우리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최종 선택은 이제 소비자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원산지 정보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외국산 증가로 품질 저하 우려 우리시장의 외국산 제품 비중은 얼마나 될까. 몇년 전 한 TV 방송에서 'Made in China 없이 살아남기'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한국ㆍ일본ㆍ미국의 평범한 세 가정이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보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었는데 몇일 가지 않아 모두 포기하고 말았다. 이것은 외국산 제품 없이 살수 없는 현실을 잘 대변해 준다. 정부조달시장의 경우 아직은 외국산 비중이 많지 않지만 비중자체보다는 증가율이 문제다. 조달청이 운영하는 전자쇼핑몰의 외국산 제품 공급비중은 지난 2006년 1.1%(570억원)에서 2010년 5.5%(6,390억원)로 불과 4년 만에 5배가 급증했다. 국가의 수도 19개국에서 37개로 늘었다. 주로 컴퓨터, 복사기, 비디오프로젝터 등 전자제품으로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심정적으로야 외국산 제품을 차단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제협정에 따라야 하는 법률적인 문제도 있지만 국내 생산이 부족하거나 우리기업이 생산코스트를 줄이기 위해 해외공장을 두고 만들어서 들여오는 경우도 많다. 당장 동절기만 되면 제설재 확보에 비상이 걸려 중국에서 염화칼슘과 소금을 긴급 수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형컴퓨터, 잉크젯 프린터, 스캐너, 터치패드, 복사기, 팩스, 캠코더, DVD플레이어 등도 최소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수출입 교역규모가 GDP의 4~5배에 달하는 전형적인 대외 의존형 경제이기 때문에 외국산 제품을 차단하면 보호주의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도 있다. 그러나 공공시장에서 외국산 제품이 늘어나면 제품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많다. 또한 우리기업이 생산지를 해외로 옮기게 되면 국내 생산기반이 붕괴되고 국내의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이 외국산 제품에 밀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외국산 제품의 원산지 관리로 소비자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1월부터 납품검사업무를 전문기관에 맡기고 조달업체가 스스로 품질관리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자가품질보증제도'도 올해 상반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원산지 관리도 대외무역법에서 정하는 수준 이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국제협약에 따라 중소기업제품에 대해서는 개방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청장이 지정하는 중소기업 간 경쟁 물품에 대해서는 외국산 제품은 종합쇼핑몰 등록을 차단하고 있다. 둘째, 수입부품을 이용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70여 물품에 대해서는 올해 5월부터 대외무역법에 따라 국산으로 분류되더라도 원가비중이 높거나 기술적 중요성이 높은 부품의 원산지를 별도 명기하도록 한다. 외국산 '짝퉁' 제품을 시중에 들여와 폭리를 취한 경우가 종종 보도되는데 공공시장에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시 위반땐 처벌 강화 필요 셋째, 원산지 공시를 위반한 업체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 거래정지와 부정당업자 제재와 더불어 관세청 등 관계부처에 통보해 과징금 등을 부과할 계획이다. 원산지 정보가 풍부해지면 소비자가 질 좋은 제품을 올바로 선택하게 된다. 또한 우리 중소기업들은 무늬만 국산인 제품에 밀리지 않고 연구개발을 통해 우수제품을 생산한 후 공공시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 공공용 PC를 국내와 해외 양쪽에서 제조하던 국내 유명 PC 제조업체는 올해부터 국내생산물량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한다. 원산지 관리 강화가 결국 국내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의 물꼬를 트는 좋을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FTA시대를 맞아 국내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기술력을 높여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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