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권혁세 금감원장 "금융업 진출 대기업 부티크식 확장 문제" 쓴소리

"글로벌 금융위기 흐름 잡히면 금융권 M&A 움직임 있을 것"<br>금융지주회사 회장들 재벌회장 처럼 권한만 있어<br>대출금리 양극화 해소 위해 은행 '중간 금리' 상품 필요



권혁세(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대기업들의 금융산업 진출과 영역확장에 대해 "금융업에 새로 진출한 대기업이 '메기역할'을 못한 채 계열사 물량만 늘리려 하고 '부티크'식으로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권 원장의 발언은 최근 일부 대기업 계열의 금융회사들이 과도하게 경쟁을 유발하면서 버블을 형성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과 맞물려 주목된다. 권 원장은 11일 서울경제신문이 새롭게 시작하는 '리빌딩 파이낸스 2012-금융지형이 변한다' 시리즈와 관련해 기자와 만나 "(대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대했던 것보다 효과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최근 보험과 신용카드를 비롯한 비은행권의 금융권역에서는 권 원장의 지적처럼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계열이 아닌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는 이들 간의 과열경쟁에 치여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시장 역시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권 원장은 그러면서 "포트폴리오를 잘만 짜면 대기업 체계가 좋은 측면이 많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기대할 게 없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금융지주회사를 비롯한 금융지배구조에 대해서도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이 재벌 회장들처럼 권한만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오너십이 없는 금융은 지배구조를 재벌보다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권한과 책임이 더 투명해져야 하고 지주 회장에 대해서는 이사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견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권 원장은 "금융 CEO는 '선량한 관리자'가 돼야 한다"며 "고객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곳이 금융이다. 그런 면에서 금융회사는 오너십이 아닌 관리자의 개념으로 지배구조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축은행이 사금고화돼 문제가 된 데 대해서도 "소유한도를 제한하지 않고 지배구조도 분산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이라는 이름을 달아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권 원장은 "관건은 CEO와 이사회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 이사회ㆍ감사의 역할 및 권한 강화"라면서 "견제와 투명성을 담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금융권의 인수합병(M&A)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흐름이 잡히면 본격적으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다만 "금융회사들이 방향성을 예측 가능할 수 있어야 M&A가 이뤄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불확실성이 심해 M&A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금융회사의 경쟁력에 대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규모의 확장과 더불어 글로벌 위기 이후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포착해야 한다는 것. "돈이라는 상품을 파는 금융회사가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했지만 그 상품이 사실상 금융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상품을 갖고 차별화하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차별화된 상품 애프터서비스(AS)를 통한 소비자보호와 사회공헌, 이 두 가지가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연장선상에서 제1금융권의 역할이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꺼냈다. "저축은행도 인수했고 캐피털 등 여러 2금융회사를 갖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들이 굳이 정책ㆍ서민금융이 아니더라도 은행 자체적으로 자회사 활용해 금리 수준을 낮춰야 합니다." 낮은 신용자를 위한 다양한 금리상품을 내 놓는 것도 역할 중 하나라는 뜻이다. 권 원장은 현 상황을 대출금리 단절현상으로 진단했다. 낮은 신용자를 위한 금융상품이 10%대(1금융권)와 30%대(대부업체 등)만 있을 뿐 중간지대가 없다는 것이다. 제1금융권이 자회사를 이용해 금리수준을 낮추라는 얘기도 '중간 금리' 상품을 내놓으라는 의미다. 권 원장은 금융지주회장들과 만나 대부업체가 1금융권 고객을 흡수해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부업체 2곳을 봤더니 고객의 40%가 신용등급 1~6등급이더군요. 고객의 75%는 직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대부업체에는 엄청난 이익이죠. 1금융권이 이렇게 좋은 고객을 놓치고 있는 셈입니다. 대출금리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제1금융권이 노력할 때 가계부채 문제도 해결되지 않겠어요." 권 원장은 "내년에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특히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이될 때 가장 큰 타격은 중소기업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던 기업들이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위기 때 구조조정을 못했던 기업들이 체력을 비축하기에 2년은 좀 짧았고 그간 경기가 크게 좋은 것은 아니어서 실물위기가 닥치면 이들 기업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채권단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도 하고 자금확보도 하고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본격화하고 있는 전자금융 시대에 발생할 다양한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권 원장은 "스마트금융의 대세는 어쩔 수 없지만 편리함과 신속만 추구할 경우에는 최근 카드론 보이시피싱 사례에서 보듯 피해가 커질 것"이라면서 "부작용을 줄여가는 소프트웨어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드론의 경우에도 신속ㆍ편리만 추구하다 보니 대출 받은 돈이 바로 빠져나갔는데 대출집행을 1~2시간만 늦췄어도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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