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BoA, 메릴린치와의 '잘못된 만남'

인수후 부실 모기지 떠안아 실적 악영향<br>3만명 감원 등 구조조정 처지에 내몰려

2009년 9월 14일 리먼브라더스 파산이 결정되던 날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500억달러에 95년 역사의 메릴린치 인수를 결정했다. 당시 BoA의 최고경영자였던 케네스 루이스 회장은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라고 여겼고, 70%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줬다. 3년이 지난 지금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3만명을 감원하는 등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BOA는 지난 2분기에 88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수익악화의 주범은 모기지부실.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모기지 체납률도 계속 올라가면서 수익을 잠식하고 있다. 소송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BoA는 특히 앞으로 채무 재조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2순위 모기지를 1,360억달러나 보유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외견상 BoA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21억달러의 순익과 113억달러의 매출을 BoA에 안겨줬다. 그러나 3년전 통합하면서 메릴린치의 부실 모기지들이 대거 BoA의 자산으로 옮겨졌고, 이것이 지금 화근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긍정적인 효과 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BoA의 메릴린치 인수와 바클레이즈의 리먼 브라더스 투자은행 부문 인수는 극히 대비된다고 보도했다. 리먼이 파산한 후 바클레이즈는 투자은행 부문을 불과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도 6,000억달러에 달하던 부실자산은 거의 떠안지 않았다. 3년이 지난 지금 바클레이즈는 미국내에서 7위의 투자은행으로 성장했다. NYT는 BoA의 메릴린치 인수는 경영자의 자만심이 기업의 운명을 어떻게 가르는 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규제당국과 FRB, 은행들이 미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모기지 부실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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