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을 25일 발표함에 따라 대규모 남북경협 프로젝트인 개성공단사업 추진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발표는 최근 남북한 관계가 경직되고 제4차 6자회담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북한이 개성공단의 성공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이번 규정은 개성공단 안에서의 건물 취득이나 분양ㆍ임대ㆍ매매ㆍ양도ㆍ교환ㆍ증여ㆍ상속ㆍ저당 등 부동산에 관련된 모든 내용을 담고 있어 입주기업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시범단지 공장건설과 본격적인 입주를 앞두고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개성공단사업이 더욱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규정은 남한의 부동산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1차적인 분석이다. 부동산의 정의로 ‘토지이용권과 건물, 그에 달린 물건’으로 제한, 땅 소유를 인정하지 않은 것만 빼면 남한의 민법과 부동산등기법 등 부동산법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단 내에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이 사망했을 때 재산상 권리의무를 상속자(상속받는 사람)에게 넘어간다고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속 관련 법규도 피상속자가 속한 국가의 법에 따르도록 규정한 것은 북한이 전향적인 자세에서 규정제정에 임한 것으로 평가된다.
즉, 상속법규 적용에서 속지주의가 아닌 속인주의를 택한 것이다.
또 등록임차권을 소유한 사람이 임대자가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공업지구관리기관에 부동산 경매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임차자 권리를 보호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히 북한측 중앙공업지구지도기관과 남한 개발업자가 부과하는 토지사용료도 토지이용권 소유자가 임대차계약일로부터 10년이 지난 다음해부터 내도록 정한 것은 북한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토지공사의 한 관계자는 “시범공단 분양 당시 분양가는 평당 14만9,000원으로 (남한) 수도권 공장용지의 3분의1 수준이었다”면서 “이번 규정이 정한 대로 향후 분양가격과 임대료도 합리적인 선에서 정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정에 부동산 공시제도를 명시함에 따라 부동산 권리관계가 명확해졌고 공단 내 부동산을 남측의 금융기관에 담보물로 제공,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규정은 지난 2002년 말 개성공업지구법 공포 이후 개발, 기업창설, 노동, 세무, 관리기관 설립운영, 세관, 출입ㆍ체류ㆍ거주, 외화관리, 광고 등의 규정에 이어 10번째로 채택된 것으로 관련 규정 제정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협의 중인 회계 등에 대한 규정 합의만 끝나면 단계적으로 최대 2,000만평 규모로 조성될 개성공단사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확보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