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전세금 추가 대출 제한…서민들 "아이苦"

"기존 대출금 모두 상환해야 가능"<br>국민주택기금 조항 탓에 발 동동… 자칫 고금리 상품 내 몰릴판<br>일부 "추가대출 한시적 허용해야" 기금선"가계부채 부실 심화 우려"


일산의 K모씨. 그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4,000만원 올려달라는 통지를 받았다. 2년 전 3,000만원의 근로자ㆍ서민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던 그는 은행에 추가대출을 문의했지만 결과는 '불가'. 전세계약을 갱신할 경우에는 기존 대출금을 모두 갚은 후에야 증액된 만큼의 신규대출이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연소득이 2,500만원인 K씨는 지난 2년 동안 성실히 저축해 2,000만원을 모았지만 3,000만원을 모두 갚기에는 부족하다. K씨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려 해도 나온 집이 없어 잘못하면 길거리로나 앉아야 할 판"이라며 "금리가 더 높은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세대란'으로 전셋값이 치솟고 전세물량도 동이 난 가운데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추가대출 금지 조항 탓에 서민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어 탄력적 운용이 요구된다. 9일 국민주택기금에 따르면 근로자ㆍ서민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사람은 기존 대출금을 전액 상환해야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 증액분을 신규대출 받을 수 있다. 근로자ㆍ서민 전세자금대출은 전용 85㎡ 이하인 주택(아파트ㆍ빌라ㆍ일반주택 등)에 대해 임차보증금의 70% 범위 내에서 최대 6,000만원(3자녀는 8,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금리는 연 4.5%로 시중 전세자금 대출 중 가장 저렴하다. 대출 대상은 ▦부양가족이 있는 만 20세 이상의 무주택 세대주로서 ▦연간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이며 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은행, 농협 등 5곳에서만 취급한다. 전액상환 조건은 세금으로 조성된 국민주택기금의 혜택을 받는 서민층을 확대하고 무분별한 전세자금 대출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04년 도입됐다. 문제는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세금이 크게 올랐다는 점. 서민들 대부분은 크게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려면 신규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2년 만에 기존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기존에 살던 집의 전세금을 집주인에게 돌려 받아 전액 상환한 후 새로운 집을 구하면 필요한 금액만큼 신규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전세물량이 없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내고 은행권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전세대란'으로 이자부담에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추가 대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존 전세계약을 갱신할 경우 기존 대출금 상환 여부와 상관없이, 혹은 전액이 아닌 일부만 상환하더라도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창구에서 근로자ㆍ서민 전세자금 대출과 관련한 문의와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전액상환 조항은 2004년 이후 도입된 것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 운용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금 측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주택금융공사 등 전세자금대출 보증회사들이 대출자금의 90%만 보증을 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전액상환이 전제돼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금의 한 관계자는 "가파른 전세금 상승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도 "추가대출을 허용하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또다시 2년 후에는 더욱 큰 상환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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