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앙카라 최고행정법원에 17일 오전무장괴한이 난입, 회의 중이던 판사들에게 총격을 가해 5명이 부상했다고 터키 정부가 밝혔다.
이 법원은 지난 2월 이슬람 전통 스카프인 히잡을 착용한 한 여교사의 승진에 불리한 판결을 내려 이슬람 근본주의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터키 국영 아나톨리아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장에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범인은 이날 오전 10시께 법원 회의실에 들어가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판사들에게 난사했다.
회의실에 있던 11명의 판사 중 5명이 총상을 입었는데 부상자들 가운데 회의를 주재하던 무스타파 비르덴 판사는 복부 수술을 받았으며, 무스타파 유첼 오즈빌진 판사는 뇌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터키 민영방송인 NTV와의 인터뷰에서 범인이 범행 당시 "신은 위대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렸다고 전했다.
또 탄셀 콜라산 법원 부원장은 범인이 "나는 신의 군인"이라고 소리쳤다면서 그가 히잡에 대한 최근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범인이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자격증이 본인의 것인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범인은 전날에도 법원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흐메트 네스데트 세제르 대통령은 "이날 테러는 터키 역사에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테러를 통해서는 그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법원이 이같은 공격에 굴하지 않고 세속주의 및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공화국의 헌법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속주의를 지지하고 있는 터키 군부도 성명을 내고 테러 행위를 규탄했다.
국민의 99%가 이슬람교도지만 세속주의 법률을 채택하고 있는 터키는 여성들이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금지하고 있으며, 최근 여당에서 이 법률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나 군부, 법원 등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