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기업 평가의 虛實

김창익 기자<부동산부>

건설 관련 공기업의 양대 축인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사무실 분위기가 요즘 사뭇 다르다. 토공은 직원들에게 자축하는 뜻으로 떡을 돌리는 등 잔칫집 분위기다. 반면 주공 직원들은 겉으로는 여느 때와 별반 다름없지만 ‘경영평가’ 얘기만 꺼내면 입이 삐죽 나온다. 두 공기업의 분위기를 갈라놓은 것은 지난 19일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2005년도 공기업 경영평가 지표’ 성적이다. 토공은 올해 이 평가가 시작된 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14개 기관 중 1위를 차지했다. 주공은 다른 평가 대상 공기업들과 비교해 결코 나쁘지 않은 6위에 올랐다. 그런데도 토공과 주공이 경영평가 결과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한때 두 공기업의 통합까지 거론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경영평가에 따라 토공과 주공의 직원들이 이달 받게 되는 상여금 봉투의 두께가 확연히 달라진다. 1등을 한 토공 직원들은 기본급의 500%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다. 한 직원은 “발표 때부터 최근 일주일간 사무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며 “여름 휴가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주공의 성과급은 기본급의 351%로 월급봉투 두께가 토공보다 훨씬 얇다. 사장의 보너스도 토공은 200%지만 주공은 절반도 안되는 99%다. 보너스의 액수는 사기 문제로 이어진다. 주공 직원들의 입에서는 “우리도 열심히 했는데 왜 이런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물론 “다음 평가 때 한번 두고보자”라는 다짐도 있다. 평가란 원래 잘하는 쪽에 ‘당근’을, 처진 쪽에는 ‘채찍’을 가하기 위한 것인 만큼 이번 평가가 토공이 더 분발하고 주공이 자극을 받는 계기가 됐다면 나름대로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설립 취지가 다른 14개 공기업에 대해 한가지 잣대로 순위를 매긴다는 것부터가 무리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제도 자체와 평가결과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의식,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어 오는 2008년부터는 기관 성격에 따라 평가를 분리한다고 한다. 보다 정밀한 제도 보완으로 공기업의 ‘경영 독립’과 정부의 ‘감시’라는 평가취지를 살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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