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우리나라를 온통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경기는 보고 또 봐도 물리지 않는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월드컵 성과의 하나로 '우리 국민의 용광로 같은 열정의 발견'을 꼽았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빨간 티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쳐댔다. 서로 얼싸안고 하나가 돼 응원했다.
활화산 같은 에너지의 분출. 그중에서도 결승진출 티켓을 놓고 독일과 맞붙은 상암경기장의 응원은 두고두고 우리 국민의 가슴에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진정 꿈같은 일이었다.
그날 '붉은악마'가 보여준 응원 중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카드섹션은 설명이 필요 없는 압권이었다. 그런데 그날 카드섹션을 자세히 들여다본 분들은 군데군데 하얀 종이 대신 붉은색이 보이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좌석배치상 어쩔 수 없었거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깜빡 실수를 했던 모양이다. 이 카드섹션을 보면서 통계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나는 어쩔 수 없는 통계청 사람이다.
군데군데 이가 빠져 있지만 아무도 그 글씨를 읽지 못한 사람은 없다. 통계가 그렇다.
어떤 분들은 특히 통계조사에 불성실하게 응답한 분들일수록 자기가 틀리게 응답했으니까 발표된 통계도 엉터리일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개개인이 응답한 통계조사표 몇몇은 부정확할 수도 있다. 카드섹션에서 몇몇이 깜빡 잊고 실수를 했듯이.
통계전문가들은 수천, 수만의 통계조사표를 모으고 정리하고 분석해 몇몇 통계조사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고 유용한 통계자료를 만들어낸다. 상암경기장의 카드섹션이 멋진 성공을 거둔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말해 조사상 일부 오류가 있더라도 유의한 통계는 가능하다. 하지만 응답자 한분 한분이 보다 더 정확하고 성실하게 답해주실 때 훨씬 더 믿을 만한 통계가 만들어진다.
카드섹션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실수 없이 움직이면 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작품이 될 수 있듯이.
통계는 통계작성기관과 국민이 함께 만드는 합작품이다. 통계작성기관은 짜임새 있게 계획을 세워서 효율적으로 조사하고 국민들은 성실하게 조사에 응할 때 '국민에게 신뢰받는 통계'라는 우리의 꿈★도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오종남<통계청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