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는 지금 위조지폐와의 전쟁중

정교한 위폐 늘어 신종화폐 빈번히 발행 <br>지폐 도안변경 결정되면 여성 초상 첫 도입

컬러프린터와 스캐너 등의 성능이 날이 갈수록 향상되면서 이를 이용한 정교한 위조지폐도 크게 늘고 있어 세계 각국이 지폐의 위조방지를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2년부터 유로화를 공식 통화로 사용중인 유럽 12개국의 위조지폐 발견건수는 유로화 도입 첫해에 16만7천118장에 달했으며 이듬해인 2003년에는 무려 54만2천459장,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유로 은행권은 위조 방지를 위해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홀로그램 형태의 시변각장치 등 첨단 위조방지장치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위조지폐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인쇄기를 갖춘 전문위조단에 의한 위조지폐까지 등장함에 따라 유로화 당국은 2007년 위조방지 장치를 보강한 새 은행권을발행할 예정이다. 미국도 위조지폐 방지를 위해 지난해 10월 20달러 지폐를 새로 발행했으며 오는9월28일에는 50달러짜리 새 지폐를 발행할 계획이다. 또 100달러 새 지폐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위조지폐 방지를 위해 7-10년 주기로 새 은행권 도안을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내에서 달러화 위조지폐 발견은 금액으로 연간 4천만달러 안팎 수준이지만달러화의 60% 이상이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유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위조지폐물량은 이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도 오는 11월 위조방지 장치가 보강된 새로운 1만엔권, 5천엔권, 1천엔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일본이 새 지폐를 발행하는 것은 20년만에 처음인데, 이 역시 위조지폐의 급증때문이다. 일본에서 발견된 위조지폐는 1998년 807장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무려 2만장이 넘었다. 특히 2001년 가을부터 자동판매기와 승차권발매기 등에서 진짜 지폐로 받아들이는 1천엔권 위조지폐가 급증했다. 자판기는 센서가 지폐에 암호처럼 새겨진 신호를 인식, 진위 여부를 판별하도록돼 있으나 최근의 위조지폐들은 이러한 수준에 이를 만큼 정교하게 제작돼 당국을놀라게 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말 새 지폐를 발행하면서 여성소설가인 히구치 이치요를 1천원권도안의 초상으로 채택했다. 일본에서 여성이 화폐의 도안으로 등장하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스위스에서는 위조방지를 위해 보는 각도에 따라 형상이 제각각으로 변하는 홀로그램 장치 뿐만 아니라 지폐에 레이저로 미세한 구멍을 내 화폐액면 금액을 표시하는 등 최첨단 위조방지 장치를 적용한 지폐를 98년부터 발행하고 있다. 그만큼 위조가 어렵지만 지폐의 인쇄단가는 꽤 높은 편이다. 이밖에 스웨덴이 2001년, 대만과 노르웨이가 2002년, 홍콩이 올해 각각 첨단 위조방지장치를 보강한 새로운 은행권을 발행한 바 있다. 우리나라 지폐 가운데 1만원권은 2000년, 5천원권은 2002년, 1천원권은 1983년에 지금 도안이 마련됐다. 한국은행의 김두경 발권국장은 "외국과 비교해 우리 지폐에 적용된 위조방지 장치는 매우 낙후된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발견된 위조지폐는 총 3천896장으로 불과 5년 사이에 10배로 늘었다. 한국은행은 위조방지를 위해 기존의 도안에 은선을 추가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분적인 업그레이드만 계속해왔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처럼 첨단 홀로그램 장치 등을추가할 여백이 남아있지 않아 더이상 위조방지 기능을 추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대대적인 도안교체 혹은 신종지폐 발행이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도안을 대폭 바꿀 경우 정부 승인과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고 시중의 자동판매기와 현금지급기 등의 센서도 새로 교체해야하는 등 준비기간만 2년 가까이 걸린다. 한국은행은 새 지폐 도안의 도입 방침이 세워지면 그동안 여성계 등에서 제기됐던 의견을 감안, 국내 화폐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도안의 초상으로 등장시킬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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