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경제연말 '퍼펙트스톰' 가능성

신용위기·유가 급등·실업률 상승·집값 하락 4대악재 한꺼번에…<br>세금환급등 경기부양책 약발에 가려 늦게 나타나<br>월가 이코노미스트 "고통은 이제 시작 불과" 경고


지구촌 경제 하강의 고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인가. 미국 경제에 연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덮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유조선을 두 동강 낼 정도로 거대한 폭풍을 그린 영화 ‘퍼펙트 스톰’처럼 미국 경제가 4ㆍ4분기에 이 같은 끔찍한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 경제는 경기부양과 금리 인하 효과가 가시화하는 올 하반기에 완만한 회복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심각한 경기둔화의 리스트는 줄어들고 있다”며 지난 6월 금리를 동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부양책의 약발에 가려 있던 경기침체의 충격이 연말 일시에 몰려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경제팀장인 리처드 버너 이코노미스트는 10일(현지시간) “‘퍼펙트 스톰’이 몰려와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을 것”이라며 경기급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버너는 경기 비관론자인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회장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로 월가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신중하고 중립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언급한 퍼펙트 스톰은 신용위기와 치솟는 국제유가, 실업률 상승, 집값 하락 등 4대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것을 지칭하고 있다. 그의 전망은 지구촌 경제를 얼어붙게 만든 미 경제 하강의 충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당초 1ㆍ4분기 중 예상됐던 경기침체 돌입 시기가 1,000억달러의 세금 환급과 공격적 금리 인하로 4ㆍ4분기로 늦춰질 것이라며 연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가 63명의 월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미 경제는 2ㆍ4분기와 3ㆍ4분기 중 각각 1.4%와 1.5% 성장,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다가 4ㆍ4분기 중 0.5%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뉴욕 소재 유니크레디트리서치의 로저 쿠베르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리세션(경기침체)이 세금 환급 수표 뒤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경기부양책으로 경기가 일시적으로 호전되겠지만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5월 중 소매판매는 당초 예상치의 두 배 수준인 1% 상승하기도 했다. 연말 경기가 급전직하하는 것은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침체가 본격화하고 고유가발 인플레이션의 고통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에서 연유하고 있다. 미 주택시장은 대공항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대란으로 올해 주택 차압은 연말에 피크를 거쳐 150만건에 이르고 이미 4월 말 현재 전년 대비 15% 하락한 20대 도시 주택가격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집값의 바닥 확인이 늦어지면 신용위기의 종착점도 멀었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미 모기지시장 규모의 50%인 6조달러 규모의 채권과 보증채무를 보유한 국책 모기지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파산 위기에 몰려 미 재무부가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두 회사의 몰락이 가져올 가공할 재앙 때문에 재무부와 FRB가 이를 방관하지는 않겠지만 국책회사마저 흔들릴 정도로 주택시장 침체의 골이 깊다는 반증이다. 올 들어 6개월 연속 일자리가 줄어든 고용시장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고유가발 물가상승 압력은 미 경제를 지탱하는 소비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5.5% 수준인 실업률은 연말 5.9%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미 고유가에 따른 비용 상승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일자리를 줄이기 시작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4ㆍ4분기 중 소비가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0.2% 증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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