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솔직히 고지서에서나 존재하던 이름이었다. 전기를 공급하는 유일한 회사이고 공기업이라는 게 그나마 아는 것의 전부였다.
하지만 한전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지금 한전이라는 존재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한전이 일반인이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필자는 한전 본사의 스마트그리드 추진실에서 일한다. 지난해 새로 생긴 부서로 한전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스마트그리드 관련 업무를 진행한다. 일반인에게는 용어조차 생소한 '스마트그리드'라는 말은 똑똑한 전기, 지능형 전력망을 뜻한다. 기존의 전력구조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전력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시스템으로 미래의 화두인 녹색성장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미국ㆍ유럽ㆍ일본을 비롯한 각국이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한전이 그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서가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터라 인턴인 필자 역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전력은 물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미래 전망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찾고 이를 토대로 로드맵과 보고서 작성 같은 비중 있는 업무를 돕기도 한다.
스마트그리드는 새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실증사업이 필수다. 제주도 실증단지 외에도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그리드 체험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고객 응대, 물품 발송, 설문지 분석 등도 인턴의 몫이다. 매일 오후 스마트그리드 뉴스를 요약ㆍ정리하는 동향파악 작업에서부터 포럼이나 회의ㆍ워크숍 등 행사준비도 중요한 일이다. 인턴생활 첫날은 처음 보는 전문용어로 당황했지만 이제는 업무에 많이 익숙해졌다.
사실 공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다. 사기업보다 다니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다녀보니 잘못된 선입견에 불과했다. 직접 일해본 한전은 여느 기업 못지않게 업무강도가 높고 직원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친절하게 도와주는 직원들과 직위를 막론하고 서로 존중하는 기업문화, 사회봉사단 활동으로 지역주민과 함께 나누려는 기업문화 등도 인상 깊었다. 훗날 스마트그리드가 상용화되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탰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