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실업자로 전락한 中企사장

정민정 정보산업부기자

[기자의 눈] 실업자로 전락한 中企사장 정민정 정보산업부기자 정민정 정보산업부기자 “오죽하면 싸구려 중국산 제품을 들고 거리로 나왔겠습니까. 저도 중소기업을 경영하며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살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내 꼴을 보세요. 이게 뭡니까.” 안산 반월공단을 찾아가던 중 우연치 않게 지하철에서 만난 김우식(가명ㆍ43)씨. 김씨는 반월공단에서 10년 가까이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이른바 ‘사장 출신 실업자’다. 그는 현재 “단돈 1,000원.”을 소리 높여 외치며 커다란 여행용 가방 안을 가득 채운 중국산 휴대용 전등을 팔고 있다. 그의 회사는 휴대용 전등을 만들던 전형적인 중소제조업체였다. 잘나갈 때는 직원이 50명 가까이 됐다. 1년 매출이 30억원은 족히 됐다는 그의 회사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 경기를 타지 않을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던 휴대용 전등은 결국 국내 인건비로는 원가 보전도 하지 못해 빚만 쌓이고 말았다. 게다가 가격이 5분의1도 채 되지 않는 중국산 휴대용 전등에 밀리면서 이 회사 제품들은 창고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내가 만든 제품을 망하게 만든 중국 제품을 내 손으로 팔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을 섞어 만들었다고 그토록 비난하던 그 제품을 말입니다. 처자식하고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지만 정말 아이러니가 아닙니까.” 현재 김씨의 집과 공장은 차압이 들어온 상태고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진 지 오래다. 김씨의 경우가 극단적인 사례일까. 아니다. 내수침체에, 고유가에, 최근에는 환율하락까지 겹치면서 김씨와 같은 ‘사장 출신 실업자’는 매일 생겨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이는 내수경기가 20개월째 극심한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각종 경제지표에서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전국 중소제조업체 1,500곳을 대상으로 지난 9월의 생산설비 가동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68.5%로 집계됐다. 이는 중소기업의 공장이나 설비가 10개 가운데 4개가 가동을 멈췄다는 말이다. “IMF 때도 이 정도로 대한민국이 원망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힘들었으니까 다 함께 버티면 좋은 시절이 올 거라고 믿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닙니다. 희망이라는 것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김씨에게 중국산 휴대용 전등 값으로 1,000원을 건네는 기자도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jminj@sed.co.kr 입력시간 : 2004-11-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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