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레테름 벨기에 총리가 출범 4달이 채 안돼 사임 의사를 표명하면서 벨기에가 또 다시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 16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월20일 취임한 레테름 총리는 그간 네덜란드어 사용 지역(플랑드르 지방)과 프랑스어 사용 지역(왈룬 지방)으로 양분된 벨기에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개헌 작업을 추진해 왔으나 여의치 않자 사의를 밝혔다. 총리가 사의를 표해도 정국 안정을 위해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과도내각을 맡는 것이 관례이긴 하지만 알베르 2세 벨기에 국왕은 아직 레테름 총리에게 과도내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테름 총리는 두 지역의 통합 방안을 15일까지 마칠 계획이었으나 두 지역의 반발이 심해 이를 극복할 해결책 마련은 고사하고 벨기에가 더 이상 하나의 통합국가로 남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벨기에는 레테름 총리 취임 이전에도 지난해 6월 총선 이후 약 9개월간 지역간 갈등으로 정부조차 구성하지 못해 플랑드르 지방과 왈룬 지방간의 반목이 계속돼 왔다. 벨기에는 현재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약 650만 명,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약 400만 명으로 플랑드르 지역에서는 네덜란드어만을, 왈룬 지역에서는 프랑스어만을 사용한다. 그러나 수도 브뤼셀에서는 두 언어가 동시에 사용되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일어나 유럽연합(EU) 본부를 유치해 ‘유럽 통합 수도’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브뤼셀의 명성을 흐리고 있다. 최근엔 프랑스어 사용 인구가 링커벡과 크라이넴 같은 브뤼셀 인근 플랑드르 지역의 위성도시로 이주하면서 시장에 당선되자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1년 넘게 시장이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두 지역간 경제 격차로 북부 플랑드르 지역이 보다 부유하고 잘 사는 반면 남부 왈룬 지역이 경제 사정은 이보다 훨씬 열악해 지역갈등의 골이 깊은 상태다. 실제로 왈룬 지역의 실업률은 15%로 플랑드르 지역에 비해 3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