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노련한 윤성현

제5보(101~127)


윤성현은 이창호와 동갑으로 1975년생. 그런데 그에게는 마음 푸근하게 충고를 해주거나 술을 사줄 선배가 별로 없다. 나이로 2년 선배인 김승준이나 윤현석, 1년 위인 김영삼이 있기는 있지만 모두가 이창호라는 절대 강자의 위광에 가려서 크게 웃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조훈현이 22년 연하인 이창호에게 명예와 황금을 모조리 물려주는 동안 한국의 프로기단에는 공황의 회오리바람이 맴돌았다. 이창호는 너무도 무자비하게 선배들의 어깨를 밟고 뛰어나갔다. 한때 기단의 유망주로 주목받던 젊은이들이 소리없이 군복으로 갈아입더니 너무도 급속도로 잊혀져갔다. 필자는 윤성현과 박영훈의 이 타이틀 매치가 시작되었을 때 내심으로 윤성현을 응원했다. 그러나 이길 확률은 박영훈쪽이 높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윤성현은 이창호의 그늘에서 마음에 멍이 들었고 군대에서 세속의 분진을 너무 많이 맡았고 더구나 생김이 너무도 미남형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반대로 박영훈은 소년 특유의 명랑함과 흡수력과 집중력으로 무장되어 있으니 이길 확률은 무조건 앞선다고 본 것이었다. 그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던 것인데…. 우변에서 과감히 손을 돌려 백4 이하 18로 하변을 정비한 수순들은 윤성현의 노련함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우변은 흑이 5로 한번 더 따냈어도 여전히 명맥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 패라도 그냥 패가 아니고 이단패인 것이다. 박영훈이 25로 따냈지만 팻감 사정도 흑쪽이 별로 넉넉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흑이 애초에 시도했던 중원 세력작전은 실패로 돌아간 인상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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