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구제금융안 부결 쇼크] 왜 부결됐나

관치금융 복귀 반발심리 작용 공화당 의원들 대거 등돌려<br>월가 구제 부정적 여론속 경제 회생 여부 회의론도

‘205대228.’ 미국 행정부와 의회 수뇌부가 합의함에 따라 무난히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던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법안이 하원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월가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 메카톤급 충격을 끼쳤다. 일반의 상식을 뒤엎은 것은 야당인 민주당의 60%가 찬성한 반면 여당인 공화당은 67%가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 행정부가 여당으로부터 버림받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이 공화당의 반발표를 불러온 것일까. 외신들은 이에 대해 ‘시장 자율을 주장해온 공화당 의원들이 관치금융으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는 구제법안에 대해 반발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의원들의 반대표는 이번 구제금융방안 자체를 반대하는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AP통신과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따르면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들에게 이번 구제법안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이어진 ‘작은 정부와 자율시장주의’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 표결 직후 젭 헨서링 의원(공화ㆍ텍사스)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만든 계획이 우리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면서 “연방정부가 최후의 보증인이 되면 종국에 가서는 사회주의라는 파멸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럴 이사 의원(공화ㆍ캘리포니아) 역시 “만약 우리가 이 구제법안에 찬성했다면 레이건 시대는 오늘 종말을 고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 되돌아가거나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탐욕스러운 월가를 구제해준다는 데 대한 미국인의 부정적인 인식도 주원인이다. 이번 금융위기를 불러온 특권층 부자(fat cat)를 어떻게 공적자금으로 회생시키냐는 것. 이들은 하원의원들에게 전화나 e메일을 통해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직접적인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오는 11월4일 총선을 치러야 할 의원들로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폭스비즈니스닷컴이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량은 구제금융안에 찬성한 의원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답한 반면 표를 주겠다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민주당 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메인스트리트(서민과 중소상인) 편에 섰다고 주장하는 공화당 경쟁자들을 상대해야 할 민주당 의원들로서는 자칫 ‘월가에 줄서기를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캐로린 말로니 의원(민주당ㆍ뉴욕)은 “(구제금융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이번 일로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제금융 조치가 미국 경제를 실제로 회생시키느냐에 대한 회의론도 작동했다. 피터 디파지오 의원(민주당ㆍ오리건)은 “자금을 덜 투입하고 덜 위험한 방법이 있다”면서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새로운 계획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권력누수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 거의 매일 연설이나 회견을 갖고 민주ㆍ공화 양당의 지도부를 만나 구제금융안에 대한 동의를 호소했다. 그 결과 행정부와 민주ㆍ공화 양당 지도부가 구제금융안에 합의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자기당 의원들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퇴임을 4개월 앞둔 부시 대통령이 레임덕이 아니라 ‘브로큰 덕(broken duckㆍ권력통제불능상태)’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