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사 주요 주주들이 기업 이사진 후보를 보다 쉽게 내세울 수 있도록 이들에게 '위임권(proxy access)'을 주기로 표결을 통해 확정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상장사 지분 3% 이상을 3년 이상 보유한 주요ㆍ장기 투자자들은 회사가 주주들에게 보내는 투표용지 명부에 경영진이 내세운 이사 후보와 함께 자신들이 지명한 후보를 올릴 수 있게 된다.
주요 주주 및 기관 투자자들이 위임권을 갖게 되면 이사회에 주주 측 후보를 직접 내보낼 수 있어 이사의 선임 가능성 및 경영간섭 권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주주들의 이사 선임은 현재도 가능하지만 주주들에게 별도로 우편물을 보내 일일이 위임을 받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해 성사 가능성이 낮았다.
이 같은 강화안은 SEC의 '30년 숙원'이었지만 재계의 반대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새롭게 발효된 금융개혁법안이 위임권 부여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SEC에게 줌에 따라 내부 투표를 거쳐 현실화됐다.
상장사의 주요 주주인 연금과 헤지펀드, 노동조합,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이번 결정이 주주의 경영감시권을 확대해 주주 이익을 지키고 방만한 연봉 지급 등을 막을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기관투자자협의회(CII)는 "주주권한 보호를 위한 획기적인 결정"이라며 "이사회 투표에 활기를 불어넣고 기업이 주주 이익을 더 중시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기업 성향인 공화당과 상장 대기업들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톰 쿼드먼 미 상공위원회 자본시장경쟁센터장은 "헤지펀드가 수익 확대를 위해 기업을 볼모로 삼을 수 있다"며 "헤지펀드와 노조 등에 의해 경영 및 재무 전략이 좌우되는 일을 지켜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주주 권익 강화안은 두 달 뒤 발효되며, 미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SEC는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미 중소기업의 경우 3년간 유예조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