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고유가와 한국경제

손성원 美 웰스파고은행 부행장

[송현칼럼] 고유가와 한국경제 손성원 美 웰스파고은행 부행장 손성원 美 웰스파고은행 부행장 고유가가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유가상승으로 침체된 내수경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석유수입국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유가상승으로 인해 가장 큰 충격을 받는 나라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떨어진다. 또 무역수지 흑자는 75억달러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는 1.5% 오른다. 만약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경제는 침체에 빠질 것이다. 고유가는 어떤 방식으로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유가상승은 세금과도 같다. 고유가는 소비자와 기업의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고유가가 수요증가보다는 공급부족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경제활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70~80년대에 석유수출을 중단하면서 세계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것이 좋은 예다. 지금은 수요증가와 공급부족, 두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세계경제 회복 및 중국의 원유수요 급증과 함께 이라크 등 산유국의 생산차질이 유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유가는 약 15달러의 테러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테러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다면 유가는 큰 폭으로 떨어져 경제도 빠르게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유가가 급등하면 세계경제가 침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가급등에 따른 경제적 피해규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유가가 급등한 데는 수요증가보다 공급부족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현재의 유가수준은 ‘오일쇼크’가 있었던 80년대 초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효율도 크게 높아졌다. 기업들은 에너지 부족 및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를 구축했다. 90년대부터 이어진 생산성 향상은 유가급등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상당히 경감시켰다.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콜금리를 인하했다.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당국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현명한 조치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날 고유가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FRB는 과거 유가가 상승할 때 금리를 올렸고 성장둔화를 초래했다. FRB는 이번에는 경제성장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유동성은 풍부하고 FRB도 금리가 서서히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세계경제가 고유가와 고금리의 이중고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고유가가 다른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한국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수출은 한국경제에 있어 중요한 성장기반이기 때문이다. 유로권은 아직까지 고유가로 큰 충격을 느끼지는 않고 있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는데 지난해의 경우 유로화 가치가 크게 올랐다. 그래서 유로화를 기준으로 한 유가도 올해 초까지는 오히려 떨어졌다. 그러나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떨어지는 추세다. 이는 유로화로 표시된 유가도 상승한다는 의미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된다면 유로권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일본 엔화도 달러화에 대해 상승했다. 따라서 엔화를 기준으로 한 유가도 그다지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 그나마 유가상승 부담을 대부분 기업들이 떠맡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유가상승으로 큰 고통을 느끼지 않고 있다. 위앤화는 달러에 연동돼 있어 제조업 비중이 높은 중국경제는 유가상승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정부는 고유가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석탄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계속 오른다면 중국은 그로 인한 충격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 중 毬ぐ?될 것이다. 유가는 얼마나 오를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테러 우려가 사라진다면 유가는 떨어지고 경제는 활기를 띠겠지만 테러 위협이 이어진다면 세계경제는 고유가로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입력시간 : 2004-08-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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