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 산요증권 파산의 교훈(사설)

일본 증권업계의 제9위권인 산요(삼양)증권이 파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한다. 일본의 증권사로서는 2차대전후 첫 파산이어서 일본 열도에 주는 충격도 충격이려니와 우리에게도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일본정부는 산요파산의 원인을 거품경제의 재조정 과정에 따른 소산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직접원인은 계열사에 대한 무리한 출자라는 진단이다. 지난 9월말 현재 산요의 자산은 2천9백76억엔, 부채는 3천7백36억엔에 달한다. 부채 가운데 악성은 8백억엔으로 거의 자회사에 출자한 돈이다. 산요의 이사회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밝힌 『장기간에 걸친 증시침체로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했다』는 지적은 우리 증권사들도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다. 일본의 금융업계는 산요증권의 파산을 계기로 금융빅뱅이 한층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벌써 몇 년전부터 빅뱅이 시작됐다. 다이요고베(태양신호)은행과 미쓰이(삼정)은행이 합쳐 사쿠라(앵)은행으로, 동경은행과 미쓰비시(삼릉)은행이 통합, 동경미쓰비시은행으로 탄생한 것이다. 두 은행 모두 자본금이 세계 상위권에 드는 거대 은행이다. 올들어서는 홋카이도(북해도)지방의 제1위 은행인 홋카이도 은행이 제2위인 타쿠긴(척은)을 흡수 합병했다. 세계화·지구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나라 금융업계는 일본과는 정반대다. 현재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은 총 4조3천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두개 은행은 부실채권이 각각 1조4천억원, 8천8백억원으로 위험수위다. 종금사도 마찬가지다. 전국 30개 종금사의 총 부실채권은 6천2백억원이다. 7∼8개사를 제외하곤 도산직전이다. 그런데도 은행이나 종금사 모두 금융빅뱅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금융회사가 너무 많다. 많다보니 무리한 경쟁이 있을 수 있고 부실대출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자업자득이다. 요즘처럼 기업이 어려운 때는 여신마저 제한, 기업을 부실로 몰아가는 악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기관이 돈을 틀어안고 풀지 않아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기업들은 비명이다. 금융회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자본력이 달리고 경영에 자신감도 없는 탓이다. 은행이나 종금사, 증권사는 대형화해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다. 금융개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은행간, 종금사간, 증권사간 빅뱅이 하루빨리 단행돼야 한다. 일본의 산요증권의 파산은 우리나라에도 일어날 수 있다. 남의 나라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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