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7% 성장 대 5.2% 성장….’
6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내년 성장 5.2% 주장에 대한 민간연구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굳이 복잡한 수식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올해 30%대의 사상 최고 수준의 성장을 이룬 수출이 내년에도 유지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수출둔화를 메울 만큼 내수가 대폭 성장할 조짐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의 경우 사스(SARS)와 이라크전 등 소비심리 위축요인이 많았다”며 “이 경우에는 불안요인이 사라지면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지만 최근 소비부진은 딱히 손에 잡히는 요인이 있는 게 아니어서 단기간에 소비심리가 큰 폭으로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증가율이 가라앉고 내수가 이를 상쇄할 만큼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는 것.
실제로 한국은행이 내부적으로 4.8%를 예상하고 있고 LG경제연구원은 3% 후반~4% 중반, 현대경제연구원은 4.5%를 잠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내년 3.7% 성장 전망이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이었다면 이 부총리의 ‘5.2%론’은 실제 근거가 있는 전망이라기보다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기대 섞인 낙관론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경제수장마저 비관론으로 돌아설 경우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를 이해하더라도 이제는 ‘경제가 좋다, 살아난다’는 공언보다는 제대로 된 인식하에 효율성 있는 처방을 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 많다. 몇 달 전 노무현 대통령이 내년부터 임기 내 6%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경제전망이 그 이후 오히려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주장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경제가 단기적으로 하강국면에 접어들 경우에는 이러한 낙관론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지만 이제는 정부가 아무리 ‘경제가 좋다’고 외쳐도 이를 수긍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태가 나빠졌다”며 “차라리 경제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국민의 힘을 결집하는 데 힘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