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건축문화대상/사회공공부문 대상] 서울 남산국악당

한옥 형태로 살려낸 국악공연장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울 남산국악당의 모습. 궁궐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정사각형 모양의 기하학적 설계를 통해 일반 사대부들의 기와집들보다는 기품을 갖췄다.

서울 남산국악당의 공연장 무대형식은 정악과 민속악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프로시니엄(액자형)에 돌출무대를 복합할 수 있도록 설계해 무대의 가변성을 높였다.


설계자 김용미 금성종합건축 대표

고종황제가 구한말 전통음악 공연장을 서울 한복판에 짓게 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황제는 서양의 과학적인 공연장의 기능을 따오면서도, 우리 전통 한옥의 모습을 잃지 말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을까. 지난 2007년 11월 서울 중구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 안에 문을연전통국악 전문 공연장 ‘서울 남산국악당’은 이 같은 고민 속에 건축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설계를 맡은 김용미(50) 금성종합건축 대표는 “서양의 신문물과 우리의 전통 사이에서 방황하던 구한말 고종의 고민을 해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서울 시민들에게 이 공연장의 모습은 다소 생소했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등 서구식 공연장의 모습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소 권위적인 느낌이 드는 서구식 공연장과는 달리,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한옥의 친숙함과 목조 건물의 은은한 채색은 시민들의 마음을 이내 사로잡았다. 서울 남산국악당은 국악을 위한 전문 공연환경을 조성하고, 한옥마을을 통한 전통 문화를 계승하고자 서울시가 건립한 것이다. 지금은 공연장 뿐 아니라 서울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이자,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이건물은 서구식 정악 공연을 위해 설계된 프로시니엄(액자형) 형식의 기존 공연장 형식을 탈피해, 전통 한옥 형태의 국악 전용 공연장으로 지어졌다는 점에서 가치가 남다르다. 지하 2층~지상 1층으로 지어진 공연장은 객석 330석규모로, 지하 부분은 철근콘크리트구조와 철골조로 계획됐다. 그러나 지상부분은 순수 한식 목구조로 계획돼 외관을 보면 단층 한옥으로 보인다. 전체 설계는 전통 한옥의 느낌을 살리고, 한옥마을과 조화를 이루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건물의 규모가 아담한 한옥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지하에 공연장을 넣었고, 건물의 규모와 지붕 높낮이 면에서 한옥마을과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했다. 하지만 공연장이 일반 한옥집과 같을 수는 없는 법. 한옥마을은 대부분 사대부 살림집이지만 서울 남산국악당은 공공건물로서 위상을 갖기 위해 보다 기하학적인 구성을 도입했다. 주요건물의 목조양식도 사대부 집보다 한 단계 높은 익공(翼工) 양식을 취해 고풍스러운 맛을 더했다. 공연장의 무대형식은 그안에서 공연할 ‘우리의 소리’에 맞췄다. 정악과 민속악을 다 같이 소화하도록 프로시니엄(액자형)에 돌출무대를 복합할수있도록 설계해 무대의 가변성을 높인 것이다. 공연자와 관람자의 일체감을 중요시하는 우리 음악공연의 본래 모습대로 객석도 돌출무대를 둘러싸도록 배치했다. 이로써 전통 한옥 속에서 우리 민족의 ‘한’을 풀고, 또 ‘흥’을 돋굴 수 있는 현대식 공연장인 서울 남산국악당이 탄생했다. ●"전통한옥과 현대식 공연장 조화 공들였죠"
설계자 김용미 금성종합건축 대표
김용미 금성종합건축 대표는 2009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부문 대상 수상소감을 묻는 질문에“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다소 뜬금 없는 말부터 시작했다. 그는“예전에는 한옥 건축을 작품으로 생각도 안했는데, 이제는 상까지 주니 우리 건축문화도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이 많이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프랑스에서 10년간 현대건축을 공부하고 프랑스 건축사 자격까지 딴 대표적인 유학파 건축가다. 그러나 2대를 잇 는 한옥 목수의 집안에서 자란 그에게는 한옥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었고, 어느 순간 한옥 건축에 미치기 시작해 지금은 한옥의 세계화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건축가가 됐다. 그는 우리의 전통 유적을 담은 박물관이나, 전통 공연장이 모두 서구식 건물로 지어지는 것을 보면서“이 땅에서 이래도 되 는가”라는 본질적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런 고민 끝에서 그가 설계한 서울 남산국악당은 지금까지 어떤 건축물보다도 전통 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공연장으로 만들어졌다. 그는“공연장은 기본적으로 한옥의 스케일을 넘어가는 규모이기 때문에 한옥의 느낌을 살리면서 설계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지하에 공연장을 넣는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한옥 본연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향하는 바는 아시아적 가치를 지닌 한옥. 그는“우리나라 건축 풍토는 서양의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한옥 을 조금만 개조해도 일본식이라는 비판을 한다”며 “폐쇄적인 생각을 극복하고 아시아의 가치를 나타내줄수있는 미래지향적인 한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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