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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탐욕의 경제 벗어나 공감의 경제로 가자

■착각의 경제학(세일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br>"재정절벽 해소는 오판" 미 섣부른 낙관론 일침<br>한국, 금융위기 극복 경험 성장 위한 소중한 자산될 것


올해 첫 증시 개장일인 1월 2일, 종합주가지수가 1.71%나 상승했다. 그 이유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절벽 위기가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많은 이들이 내심 안도하며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서 '세일러'란 필명으로 활약하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저자는 미국의 재정 절벽 위기가 해소됐다는 분석은 현 상황을 오판한 것이라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저자는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기업의 임원을 지냈으며 현재는 자기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7년 4분기 미국 경제는 민간 부문의 낭떠러지에서 수직 낙하했는데 이때 미국 경제를 밑에서 떠받친 것이 현재 미국의 재정절벽 위기로 연결됐다는 것. 그는 "당시 미국의 재정부문은 연환산 2조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함으로써 미국 경제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사태는 방지했지만 그로 인한 막대한 재정 적자가 문제 되면서 이제는 재정 낭떠러지를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재정 적자에다 올해는 긴축 재정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더욱 위축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까지 충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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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원ㆍ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저축 증가와 소비 감소, 무역 적자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경제 정책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며 줄어든 소비만큼 수출을 늘리겠다는 방향으로 맞춰졌다. 이는 "차입과 소비의 시대를, 국내에선 덜 소비하고 나라 밖으로 더 수출하는 시대로 바꾸는 새로운 성장과 번영의 토대를 놓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공약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미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무역 적자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국제 유동성(달러) 공급이 줄어들면서 달러의 가치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간혹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3,220억 달러나 된다는 사실을 들어 원화 강세를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일본의 경우 외환보유액 중에 미국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르고, 브라질이나 스위스도 70%가 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14.8%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화 강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부동산 가격의 폭락 사태에 대해서도 저자는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일부의 관측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 이후 주택 가격이 3분의 1로 떨어졌고, 미국도 2006년 최고점에 비해 지난 해 30%를 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8년 최고점에 비해 지난 해 11월말 현재 6.7%의 하락에 그쳤다. 이에 대해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부동산은 일본과 다르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저자는 "이는 착시 효과일 뿐"이라며 조만간 하락세는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 때 LTV(소득대비대출비율)와 DTI(주택담보대출비율)를 도입했기 때문에 급격한 하락세는 잠시 유보됐을 뿐 부동산 버블 붕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박정희 정부 이후 40년 동안 세계에서 유례 없이 긴 부동산 버블을 떠안고 있는 우리나라가 지금이라도 버블이 빚은 부작용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중산층이 먼저 탐욕(부동산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을 것을 주문한다. 아울러 수출 대기업을 지분 이상으로 지배하고 있는 총수 일가가 너무 막강해서 한국 경제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대적인 뉴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자는 "1998년 경제 위기 때 고통을 참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치러본 경험이 지금 이 시기 한국 경제에 그 무엇보다 필요한 '뉴딜'과 '디플레이션'을 추진하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 모든 과정은 더 나은 세상을 낳기 위한 창조적 파괴 과정으로 이해할 것"을 조언했다. 현실 경제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한치의 연민도 없는 실천 방안은 섬뜩할 정도지만 '탐욕의 경제'에서 '공감의 경제'로 나아가자는 저자의 제안은 혼란의 시대에 귀담아 들을 만하다. 2만 2,0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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