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황/경영부실 신설생보사 회생길 막연(보험정책 앞이 안 보인다)

◎누적적자 2조… 지급여력제 애초 무리/재벌들도 외면 시장진입허용조치 물거품/정부 “사업규모제한” 강경조치만… 업계 “무책임”생보업계의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금융기관사상 처음으로 사업규모 제한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렸지만 막상 생보업계의 경쟁력 강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계약자보호와 생보사들의 재무구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지급여력 제도가 오히려 보험사들의 경영부실을 재촉하는 악재로 전락했는가 하면, 생보업계 구조조정이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 도입된 「5대재벌 생보시장 진입규제 완화」 조치 역시 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신설생보사 경영부실 문제를 해결할만한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데 있다. 꼬일대로 꼬여 버린 보험정책의 이면과 실상을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편집자주> 『신설생보사 얘기만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서곤 합니다』 재정경제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이같이 털어 놓았다. 신설생보사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실로 난감하다는 푸념이다. 신설생보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한마디로 최근 수년동안 누적될대로 누적된 경영부실과 이로 인한 계약자 보호대책의 부재로 집약된다. 지난 3월말 현재 27개 신설생보사의 누적적자 규모는 모두 2조2천9백62억원. 회사별로 평균 8백50억원 상당의 누적적자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신 동양 한국생명 등 일부 생보사들은 누적적자 규모가 2천억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삼성 대한 교보생명등 기존 생보사들이 매년 2∼3백억원씩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 것과는 아예 비교가 되질 않는다. 기존 6개사가 분할점령해 오던 생보시장에 무려 27개의 보험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다보니 신설사들의 경영부실은 애초부터 예고되었던 내용. 한정된 밥상에 숫가락만 늘다보니 경쟁력이 취약한 신설사들의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건 뻔한 일이었다. 이처럼 신설사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다급해진 것은 정부였다. 신설생보사에 가입한 계약자들의 자산보호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재경원은 이 때문에 지난 94년6월 서둘러 생보사 지급여력 제도를 도입했다. 지급여력제도는 생명보험회사의 경영이 악화돼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항상 일정수준 이상의 자금을 확보토록 하자는 것. 계약자 보호를 위해 어찌보면 당연한 조치였다. 그러나 만년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신설생보사들에게 일정금액 이상의 준비금을 확보하라는 요구는 애초부터 무리한 주문이었다. 결국 수익구조 개선을 통한 지급여력 확보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재경원은 대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지급여력을 채울 것을 요구했다. 해마다 내려지는 증자명령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매년 지급여력 부족분만큼을 증자할 것을 생보사에 지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사업규모 및 계약자배당제한등 각종 제재조치를 동원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주주들이 배당금 한푼 주지않는 부실생보사 증자에 흔쾌히 돈을 내놓을리 만무해 증자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정부가 다시 내놓은 묘안(?)이 재벌들에 대한 생보시장 진입허용 조치. 주주들이 증자를 못하겠다면 대기업의 자금력을 이용해 신설생보사 부실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도였다. 경제력 집중이라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였다. 그러나 이나마 재벌들의 손익계산속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신설사 하나를 인수하는데 최소 3∼4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는데다 그나마 수년내에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재벌들이 생보사 인수에 별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재경원은 대신생명등 지급여력이 기준에 미달하는 5개 생보사에 대해 사업규모를 일부 제한하는 강경 제재조치를 내렸다. 아예 영업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증자를 통해 경영부실을 해소하든지 양단간의 결정을 내리라는 초강경조치였다. 그러나 보험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무더기로 설립인가를 내줄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책임 못지겠으니 알아서들 살아가라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88년 이후 취해진 생보사 무더기 설립인가에서부터 출발한다. 여기에 정부가 사후책으로 동원한 설익은 지급여력제 도입과 5대재벌 신규참여 허용 등으로 인해 보험정책은 갈수록 더 꼬여만 가는 양상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생보업계의 경영부실을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보이지않는 실정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책임은 결국 정부당국에게 있다는 사실이다.<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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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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