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들, '금리인상 없다'면서 가계대출 실질금리 인상 러시… "서민들 금리부담 가중"

시중은행들이 대출 억제책을 핑계로 가계대출 실질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각 은행은 "대출금리 인상은 거의 없다"는게 공식 입장이지만 일선지점에서는 코픽스,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의 금리가 일제히 올랐다. 가계대출 억제로 줄어드는 수익을 대출금리 인상으로 보전하려는 의도로 풀이되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금껏 대출금리 인상을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신한은행과 고정금리대출 이율을 0.2%포인트 올린 우리은행 2곳뿐이다. 이를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은 모두 예전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각 은행은 개별 고객에 적용하는 금리를 기준 범위에서 조절하면서 실질 금리 인상을 꾀하고 있다. 예컨대 대출 억제책 이전 연 5.30%의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받던 신한은행 고객이 지금은 일선지점을 찾아가면 연 6.59%로 무려 1.29%포인트나 뛰어오른 금리를 적용받는다. 우대금리를 적용받아도 5%대 후반 이하로 낮출 수 없다. 우리은행 지점도 예전에 연 5.35%의 대출금리를 적용하던 우량고객에게 1%포인트 넘게 오른 연 6.40%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은행들이 대부분 4%대 중반에서 5%대 중반의 대출금리 범위를 유지하고 있는 코픽스 연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도 마찬가지다. 회사원 S모(38.남)씨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코픽스 변동금리대출이 연 4%대 중반이라고 들었는데 지금은 5%대 초반만 가능하다고 한다"며 "1억원이 넘는 아파트 계약잔금을 대출받아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농협 지점 관계자도 "가계대출 억제책 이전 4%대 후반의 대출금리를 적용받던 사람이라면 이제 5%대 중반의 금리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예전에 대출금리 범위의 하단부를 적용하던 고객에게 이제는 금리 범위의 상단부를 적용시킴으로써 고객이 부담해야 할 실질금리를 대폭 올려버린 것이다. 한 대출상담사는 "은행들이 언론에 발표하는 것과는 달리 코픽스, CD 연동형 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 금리가 최근 크게 올랐다고 보면 된다"며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유-보금자리론' 같은 상품을 권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유-보금자리론은 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고정금리대출 상품이다. 대출금리 급등은 신규 고객뿐 아니라 기존 대출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통상 같은 대출상품의 금리가 조정되면 그 금리는 신규 고객 뿐 아니라 만기 연장을 원하는 기존 고객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신규 고객의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기존 고객도 낮아지고, 신규 고객이 높아지면 기존 고객도 높아진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만기 연장을 원하는 기존 고객도 급등한 대출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1억원을 빌린 사람의 대출금리가 1%포인트 높아지면 이자 부담은 연 100만원 늘어난다. 반대로 그만큼 은행 수익은 늘어난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범위 내 대출금리 조정 외에도 신용평가 방식을 바꿔 고객의 등급을 떨어뜨리거나 지점장 전결금리를 비롯한 우대금리를 폐지하는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지상목표는 그해에 제시된 수익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대출 억제로 외형 성장이 위축된 만큼 수익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출금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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