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4세의 대통령은 헌법(제 70조)에 보장된 임기(5년)가 불안했을까? 대통령은 그 임기를 다시 확실하게 보장받기 위해 얼마 전에 73세의 국무총리와 아무도 모르게 미래를 주고 받았다.두 사람이 그토록 위한다는 국민은 물론, 그들이 각각 맡고 있는 공동 여당조차 그 비밀스런 빅딜의 내용을 알지 못해 번복(飜覆)을 반복(反復)하는 악성 현기증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곧바로 「2+α」니 「0+ 」니 하는, 디지털 시대의 정치를 실감나게 하는 표현들이 튀어 나왔다. 공동 여당의 합당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구국의 결단」이니, 「야당 죽이기」니 하는 낡은 아날로그 시대의 평가가 따라 붙었다.
그런데 몽니를 애용하는 총리는 다음 날 합당(合黨)은 합당(合當)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그가 붓글씨로 즐겨 쓰던 「非理法權天」(비리는 이치를 이기지 못하고, 이치는 법을 이기지 못하며, 법은 권력을 이기지 못하고, 권력은 하늘을 이기지 못한다)이라는 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머쓱해진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제 2의 창당」을 선언했다. 정치적인 고비마다 창당과 분당과 합당으로 위기를 돌파해온 대통령은 통일민주당(87년)→평화민주당(87년)→민주당(91년)→새정치 국민회의(95년)에 이어 이번이 5번째다. 그러니까 「제 2의 창당」이 아니라 「제 5의 창당」이다.
대통령은 「제 5의 창당」의 명분으로 「젊은 피 수혈」을 내세웠다. 의학적으로 젊은 피는 정력(精力)과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정치적으로 젊은 피는 정력(政力)을 증진시키는 모양이다.
어쨌든 「평생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 대통령은 「제 5의 창당」을 선언하면서 『결과적으로 약속을 연기하게 돼 유감』이라며, 10년 전 중간 평가를 공약했다가 지키지 않은 한 전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섬세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한편 대통령과 총리가 대통령제와 내각제, 그리고 합당과 창당을 하루 이틀 사이로 주고 받는 동안, 머리가 하얗게 센 72세의 전임 대통령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민주산」(民主山)에 오르기 위해 다 떨어진 등산화를 꺼내 고린내 나는 먼지를 풀풀 털었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둘째 아들을 사면한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의 속도는 이렇게 빠르다. 불과 며칠 사이에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오락가락하고 합당과 창당이 헷갈리면서, 7월 한 달 동안 정치는 도무지 그 진로를 알 수 없는 태풍처럼 한반도를 휩쓸었다.
「대한김국」(大韓金國)에서 정치의 속도는 「金」의 「생각의 속도」로 움직이는 「디지털 신경망」(DIGITAL NERVOUS NETWORK) 수준이다. 서로 몰라야 할 것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 뒤탈(DUITAL)이 신경쓰이는(NERVOUS) 관계(NETWORK)이기 때문이다. /기획특집팀 許斗永차장 DYHUHH@KOREALI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