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환율] 두달만에 1,200원대 재진입 배경.파장

◇원-달러 1,200원대 재진입=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90전 내린 1,187원에 첫거래가 형성된 후 엔화강세의 영향으로 1,184선까지 밀렸으나 이내 급등세로 반전, 장중 한때 1,2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환율 1,200원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 5월18일 이후 두달만에 처음. 이날 환율이 엔화강세에 동반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오른 것은 외환당국의 적절한 간접개입과 역외거래자들의 손절매입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은 이날 원화가 달러당 1,184원선으로 밀리자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한 간접개입으로 시장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당국의지가 확인되자 그동안 보유달러 과다 매각상태에 있던 역외거래자들이 되사기에 나서 달러강세를 연출했다. ◇외환당국 판정승= 환율 급등 과정에서 주목할 대목은 외환당국이 외국인투기세력과의 힘겨루기에서 일단 기선을 제압했다는 점. 역외거래자들이란 4월 자본자유화 이전까지 싱가포르 NDF(역외차액결제 선물환)시장에서 주로 활동하던 외국인 펀드들로 투기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외환당국이 이날 환율을 1,184원대를 방어하는데 그치지 않고 1,190원대까지 드라이브를 걸자 역외거래자들도 서둘러 달러 사자에 따라붙었다고 외환딜러들은 전했다. 외환딜러들은 한국은행이 1,160원대에서 은행권의 외화부실대출 대손충당금 외화적립이라는 강수를 둔 후 역외거래자들이 외환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현재로선 외환당국이 판정승한 셈이다. ◇대일 환율 1,000원대 회복= 원-엔 환율도 100엔당 1,000원선을 회복했다. 금융결제원이 20일 고시한 원-엔 기준환율은 1,002원83전. 지난 4월23일 이후 3개월여만에 1,000원대로 재진입했다. 외환딜러들은 당분간 엔화환율이 1,000원선 위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엔강세 기조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엔고(円高)의 배경은 크게 두가지로 지적된다. 사상최대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중인 미국이 대일 압력을 가하고 있는데다 장기침체에 허덕이던 일본경제가 지난 1·4분기중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인데 따른 것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엔 강세가 장기적으로 원화동반절상 압력으로 나타나겠지만 원화의 절상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과 경합중인 수출상품이 당분간 가격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엔강세는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1,200원대를 회복하는데 간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원-엔 환율을 1,000원대로 오르자 엔 차관을 들여와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100엔당 1,000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전에 매도공세를 펼쳤으나 엔화가 오르자 달러 되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20일 외환시장에서 2억달러를 매입한 미국계 증권사도 원-엔 환율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이 엔화환율을 이용해 대미환율을 잡은 이이제이(以夷制夷) 작전을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3극 통화 등가시대 열리나= 미 달러의 엔화에 대한 약세와 유로화에 대한 강세는 국제금융시장의 가격 구조를 뒤바꿀 전망이다. 올해 1월 출범 직후 최고 1.18달러까지 치솟았던 유로화는 3월 이후 하락을 거듭, 1.0142까지 내려앉았다. 이대로라면 1달러=1유로라는 등가환율 시대가 머지 않았다. 유로화에 대한 강세와 달리 미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엔-달러 기준환율은 118엔.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이 없는 한 엔화는 100엔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게 국제금융계의 시각이다. 이 경우 올 하반기나 내년즘이면 세계 경제의 3대축인 미국과 유럽, 일본의 통화가 1달러=1유로=100엔이 되는 사실상의 3대통화 등가(等價) 시대가 열린다. ◇국내 영향= 단기적으로는 호재지만 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당장 가격경쟁력에 허덕이던 수출업체의 경쟁력이 다소나마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엔고의 지속여부와 속도에 따라서는 지난 92,93년 같은 엔고 호황같은 반사이익이 다시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반짝 경기를 타고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환율과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후진적 수출구조에서 벗어날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한은은 엔저호황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반도체 특수의 거품에 젖었던 95년 이후 경기 침체로 결국 외환위기까지 맞았던 경험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시장에 대한 경쟁력이 나아지나 그 대신 유로화에 대한 원화 절상 폭이 높아 가격경쟁력 상실이 우려되는 유럽시장에 대한 수출 위축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권홍우기자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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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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