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타임] 중병앓는 지구촌 경제

정보기술(IT)의 급성장과 강달러를 추진력으로 지구촌 경제는 지난 수년 견고하고 다양한 형태의 고속 성장을 질주했다. 그러나 엔진의 연료가 바닥나며 세계 경제는 급전직하, 중국과 인도 등 소수 이머징 마켓을 제외한 지구촌 곳곳이 지금 중병을 앓고 있다. 세계 경제의 3대축인 미국을 비롯 유럽연합, 일본 등을 동시에 휘청이게 만든 병인(病因)은 과잉투자와 수요 급감이다. 세계 5대 경제권별 현황과 향후 1년 경제 전망을 개괄해본다. ■미국: 그래도 마지막 보루 ◇현황 닷컴 만능(萬能), 비이성적으로 과열된 증시가 만들어 낸 장미빛 거품이 수년간의 화려한 경제 성장 뒤 허무하게 꺼져 버린 뒤 기업들의 창고에는 주체 못할 양의 재고가 넘쳐나고 있다. 경기 급랭의 여파가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분야까지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가계는 가계대로 크레딧 카드와 대출금 상환 등 늘어나는 빚으로 우울하다. ◇전망 세계 투자자들에게는 그래도 미국의 주식과 채권이 여전히 거의 유일한 투자처로 남을 전망이다. 미국 사정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믿을 구석이 없기 ?문이다. 부동산 마켓은 비교적 괜찮아 보이고 금리 인하가 자본지출을 줄여 내년쯤 산업전반에 투자가 다시 일 가능성도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 일상화된 경제 혼돈 ◇현황 아르헨티나는 또 다시 디폴트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으며 강달러에 연동된 페소화로 인해 수출 타격도 심각하다. 중미 대륙의 모범생-적어도 지난 2년간은-멕시코도 갈수록 가시밭길이다. 지나친 대미 의존도가 원인이다. 남미 최대의 경제대국 브라질 역시 남미 대륙 전체 경제 상황 악화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전망 한마디로 난망. 정치권의 포퓰리즘(Populism)이 지역에 다시 등장, 경제 성장을 저해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던 아르헨티나-그러나 얼마나 이 같은 상태를 유지할까. 중미와 남미 경제 안정에 양대 축인 멕시코와 브라질 경제도 불안한 눈길로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일본: 당분간 고통 불가피 ◇현황 부동산 거품 제거된 뒤 지금까지 10년간, 세계 경제 2위국 일본의 경제는 말 그대로 '도탄' 상태. 소비 급감으로 물가는 떨어지고 은행은 부실 채권으로 백약(百藥)이 무효한 지경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개혁의 칼을 빼들고 부실 기업들을 벽으로 몰아세우는 등 경제 전반에 메스를 가하고 있지만 갈수록 치솟는 실업률 등 고통은 커지고 만 있다. ◇전망 최소한 단기적으로 일본 경제는 더 쓴 맛을 보게 될 전망이다. 일본 은행은 소비 진작을 위해 통화 팽창을 시도하고 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을 증대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 통화 안정을 위협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아시아: IT 경기 회복이 관건 ◇현황 미 실리콘 밸리의 불황에 따라 하이테크 부품 수출국인 이 지역이 받는 충격은 실로 지대하다. 일본의 경기 침체가 아시아 제품에 대한 잠재적 고객들의 발길을 이 지역으로부터 돌리게 하고 있으며 지난 97년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개혁 프로그램들은 지지부진, 은행과 기업들은 과도한 부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경우는 특히 정정(政情) 불안까지 겹쳐 경제 전망에 먹구름이 끼어있다. ◇전망 미국발(發) 꽃 소식이 들려오기 전 일본과 같은 다양한 경제 개혁을 추진중인 타이완, 타이, 그리고 한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유일한 예외지역- 중국의 경우는 몰려오는 외국 자본의 물결속에 금년에도 연 8%의 성장은 무난해 보일 듯. ■유럽: 소비진작땐 희망도 ◇현황 미국 경제가 죽을 쑤기 시작하면서 유럽은 그 대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역부족. 미국 경기 둔화에 따라 수출은 급감하고 유럽각국의 국내 수요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침체돼 있다. 제조업 불황은 심각하고 특히 통신업체들의 경우 천문학적인 3G 라이센스 비용 등으로 경영 개선에 족쇄가 채워진 상태다. ◇전망 내년초 유럽연합(EU) 12개 회원국 공동 화폐인 유로 통용을 계기로 소비가 진작되리라는 낙관적 기대에 희망을 걸고 있다. 유럽의 맏형 격인 독일의 세금 감면이 소비를 끌어 올리는 시금석이 될 지를 주목해봐야 하지만 유럽 각국의 각종 규제와 비능률적 관행 등이 신경제하 모험 기업들의 성장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홍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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