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4·27 재보선 후폭풍] 경제정책 기조 바뀌나

"중산층 이탈이 패인"…동반성장·대기업 압박 강도 더 세질듯<br>공공요금등 인상 시기 조절… 하반기 물가 우선정책 지속<br>5% 성장목표 수정도 만지작

이명박 대통령이 4·27 재보선 패배와 관련해 인적 개편 등 국정쇄신을 위해 깊은 고민에 빠진 듯 28일 방한 중인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영접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을 나서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왕태석기자


4ㆍ27 재보궐선거의 패배가 몰고 올 후폭풍에 경제 부처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단 큰 틀에서 정책기조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내년 예산 편성의 포커스를 서민에 맞추는 등 친서민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결과에 대한 분석에 따라 정책 집행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선거 패배의 원인이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이던 중산층의 실망감 표출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물가, 전셋값 등 서민ㆍ중산층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에 대해 보다 더 강력한 추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산층을 두텁게, 서민을 따뜻하게'라는 정부 경제정책의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내년에 총선ㆍ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도 친서민 정책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거시정책 방향은 이르면 다음달 내놓을 경제전망 수정치를 통해 구체화되고 경제정책의 전반적 밑그림은 오는 6월 중ㆍ하순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우선 정책 지속=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원인 중 하나가 물가폭탄이다. 물론 물가를 정책실패만으로 보기는 힘들다. 물가폭탄의 주범인 석유, 원자재, 농ㆍ축ㆍ수산물 등이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이고 여기다 정부의 기업 '팔 비틀기'로 그나마 폭탄 돌리기식 물가가 이 정도라도 유지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연초부터 폭등세를 보인 물가는 재보선 표심을 자극했다. 당장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물가를 잡을 수 있느냐는 것. 물가에 영향이 큰 가공식품ㆍ개인서비스ㆍ공공요금ㆍ담배 등의 가격이 오르며 하반기 물가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억지로 누르는 것도 한계에 달하고 있다. 묶어뒀던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도 하반기 줄줄이 인상될 조짐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더 이상 억누르기 어렵게 된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단계적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다 7월이면 3개월 시한으로 인하했던 기름값이 원상복귀된다는 점은 물가에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물가에 두고 가격인상 시기조절 등을 유도해 물가를 잡을 방침이다. 특히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필요한 시기에 기준금리 인상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5% 성장목표 수정 할까=재보선 패배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민심을 읽는 것이 바로 우리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5% 성장, 3% 물가 목표의 수정 시기가 다가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정부 내에서도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내외에서 4%대 중ㆍ후반으로 하향 조정한 경제정책방향 수정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4%대 경제성장률도 지금 여건에서는 훌륭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경제부처의 경제정책방향 수정 움직임에 가속이 붙고 있다. 정부의 물가 전망치 상향 조정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올해 1~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4.3%에 달한다. 정부는 3% 수준으로 발표했던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3% 후반으로 올려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내년 총선 등 정치적인 이슈를 감안한다면 정부는 연중물가가 4%를 기록하지는 않도록 최선의 방어책을 구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심(票心) 자극할 경제현안 밀어붙인다=중산층의 이탈 등으로 나타난 선거결과로 정부와 여당으로 하여금 내년 총선에서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카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미뤄왔던 정책들에 대해 당 지도부 교체, 경제부처 개각 등 인적쇄신을 통해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 들어 정부가 화두로 삼고 있는 동반성장에 대해 좀더 강한 정책적 노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성장과 과실이 한곳에 몰리고 골고루 나눠지지 않는다는 지적과 소득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은 정부로 하여금 동반성장의 의지를 다지게 한다. 대기업에 대한 압박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주장하며 대기업들에 직격탄을 날린 것도 현 정부 말기의 정책 방향을 예고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장 눈앞에 닥친 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표가 필요한 만큼 집권초반 강부자(강남 땅부자) 정권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재보선 결과가 정책기조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재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6월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후반기 정책의 방향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