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기부전용 카드의 경제학

조영주 기자<금융부>

기부전용카드를 내놓은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은 “이제 소비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따뜻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신한카드가 지난달 기부전용 카드인 ‘아름다운 카드’를 내놓았다. 이 카드는 다른 부가 서비스는 줄이는 대신 카드 이용으로 쌓은 마일리지를 현금으로 바꿔 기부단체에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는 기부전용 카드를 주력 상품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포부까지 내비쳤다. 앞으로 기부가 사회의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홍 사장은 “이제 선진국처럼 우리 국민들도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카드 이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부를 할 수 있어 많은 회원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부전용 카드는 참 엉뚱한 상품이다. 자신에게 돌아올 혜택이 크게 줄고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까지 포기해야 하므로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로서는 선택하기 힘들다. 과연 이 카드가 성공할 수 있을까. 카드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획기적인 상품’이라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크게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기부전용 카드의 상품성이 대단하지 않다고 보는 근저에는 사람들의 소비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소비의 최첨단 도구인 카드를 통해 많은 혜택을 누리고 그 혜택에 익숙해져 있어 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혜택을 많이 보기 위해 한두 개의 카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이 경제적 이익만을 좇아 소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기부전용카드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카드를 이용할 때 선량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부전용카드는 기부하는 만큼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숨은 이득이 있다. 이 이득은 오히려 마일리지를 묵혀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현금으로 돌려받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눈치가 빠른 소비자라면 이미 이 부분을 봤을지도 모른다. 신한카드의 기부전용카드가 성공한다면 다른 카드사들도 앞 다퉈 유사한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이 서로 기부하려고 경쟁하는 때를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흐믓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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