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의 부도옹, 미국의 텀블러

#상황1. 2001년11월 미국, 무리한 사업확장 끝에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인엔론(Enron)이 파산했다. 분식회계 규모는 원화로 환산할 때 2조원에 달했 다. 검찰은 2년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오리발을 내밀던 제프리 스킬링 전 CEO를 42개 혐의로 정식 기소했다. 죄 값(구형)은 종신형과 8,000만 달러(910억원) 벌금. 미국은 중요한 범죄와 관련된 임직원은 평생 공개회사나 공직에서 일하지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관련 기업은 퇴출 시킨다. 나스닥의 JJFN사는 최대주주가 탈세 혐의로 징역 20개월, 벌금 4만 달러를 부과 받았다 는 이유로 등록취소 됐다. #상황2. 1999년9월 한국. 무리한 사업확정 끝에 대우그룹 12개 계열사가 사실상 부도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분식회계 규모는 41조원, 부실대출은 10조원. 김우중 회장은 이후 5년간 외유 중이며, 경영진 7명 중 6명은 집행유예로풀려나 일부는 다시 일하고 있다. 검찰은 주가조작 혐의자 중 절반만 기소 , 법원은 기소자 10명 중 한명만 실형, 벌금은 번 돈의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증권관련 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상황3. 미국은 엔론 이후에도 월드컴 등 잇따른 사건이 터졌다. 사법부는 엄중한 법 집행으로 관련자에 대해 중형을 선고했다. 회계법인과 관련 회사는 부도가 났고, 의회는 ‘샤베인스-옥슬리법’이라는 방화벽을 만들어증권관련 범죄가 침입할 구멍을 막았다. 뉴욕에서 만난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오뚝이(Tumbler)”라며 “충격이 있을 때마다 흔들리는 오뚝이(미국)를 바로잡아주는 무게중심은 죄가 있는 곳에 처벌이 있다는 원칙과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한보ㆍ기아ㆍ대우에 이어 2003년에도 SK글로벌이 2조원의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됐지만, 임원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법원은 공적자금 비리 관련자의 70%를 집행유예나 보석으로 풀어줬다. 지구 반대편에서 바라보니 한국은 언제쯤 ‘사회적 무게중심’의 진면목을 드러낼 수 있을까 궁금했다. /뉴욕=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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