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과학입국 다시 불 지피자] <3부> 과학강국 코리아의 조건 1. 거대과학에 미래 있다

기초연구 필수 설비 '하나로'<br>신약·첨단소재 개발에도 활용 "연금술 공장"<br>국내 유일 중성자 연구용 원자로… 암 치료제·2차전지 분야 큰 성과<br>물리 등 기초과학에도 적극 이용… 정보·바이오기술로 적용 확대도


육중한 철문이 닫히며 반대쪽 철문이 열렸다. 미세한 공기흐름조차도 차단했다. 철문을 통과하자마자 높이 13m의 원자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국내 유일의 중성자 이용 연구시설인'하나로(HANAROㆍHigh-flux Advanced Neutron Application Reactor)'다. 하나로는 핵융합실험장치인 'KSTAR', 포항 방사광가속기와 함께 국내 3대 거대 실험장치로 꼽힌다. 설비를 갖추는 데 지금까지 2,000억원이 투자됐다.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는 전력을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핵분열 때 만들어지는 중성자를 활용해 핵연료 및 재료 개발 등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기술을 연구한다. 중성자 빔을 이용한 기초연구와 첨단소재 개발에도 활용된다. 하나로의 용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암 진단ㆍ치료에 필수적인 방사성 동위원소와 하이브리드자동차에 필수적인 대전력용 반도체도 만들어낸다. 하나로가 '21세기 연금술 공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2009년 국내 첫 원전 수출의 꿈을 이룬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의 모델이 하나로다. ◇암 치료제에서 자동차 배터리 제조 핵심장치까지=하나로는 사방으로 20개가 넘는 실험장치가 연결돼 있다. 이 실험장치를 통해 신약과 첨단소재 개발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진다. 국내 신약 3호인 간암 치료 주사제 '밀리칸'과 갑상선암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의 70~80%, 비파괴검사용 방사성 동위원소의 90%가 이곳에서 공급된다. 의료ㆍ바이오 분야는 하나로를 활용한 연구의 핵심이다. 현재 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하나인 루테슘을 이용한 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면역체와 결합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암 세포가 전이하려는 신호를 포착, 쫓아가서 치료하는 원리다.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전이암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이 기대된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퓨어셀 등 전기ㆍ수소자동차에 쓰이는 에너지저장체도 하나로를 이용해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실리콘에 중성자를 반응시켜 일반 반도체 제조공정에 비해 보다 균일한 구조를 만들어 강한 전류가 흐르는 하이브리드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한다. 하나로는 전기자동차용 대전력용 반도체를 생산해 일본 도요타자동차 등에 공급하고 있다. 하재주 연구로이용ㆍ개발본부장은 "중성자를 이용하면 배터리 구조를 보다 잘 만들 수 있다"면서 "삼성SDIㆍ현대자동차 등 국내 2차전지 업체와 자동차 메이커와도 협력연구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성 동위원소와 대전력용 반도체 생산ㆍ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부산 기장에 오는 2015년까지 수출용 신형 연구용 원자로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이 원자로가 완성되면 전세계 방사성 동위원소 시장 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릴 수 있고 대전력용 반도체 시장도 30%까지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설비를 활용한 진짜과학을 할 때=원자력연구원은 지난 15년간 원자로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고 연구시설을 갖추는 데 조력했다면 지금부터는 설비를 활용한 '진짜과학'을 시작한다. 하나로는 그동안 원자력발전산업 관련 기술을 개발, 지원에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 연구까지 상용 부문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국가 기반연구시설로서 하나로가 기대에 못 미치는 분야가 바로 기초과학 연구지원이다. 중성자를 이용한 연구용 원자로는 물질 내부를 원자 단위까지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물리학이나 화학 분야의 기초연구를 하는 데 필수적인 장치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의 연구에 하나로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선진국의 연구용 원자로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하 본부장은 "하나로의 운영 노하우는 원자력 선진국도 인정하는 수준이지만 연구로를 활용한 기초과학 연구성과 도출은 아직 미흡하다"며 "기초과학은 장치 싸움인 만큼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높이는 데 지원을 강화하고 자체 연구능력도 키우겠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말 냉중성자 연구시설을 완공, 올해부터 나노ㆍ바이오 등 융복합 연구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기존의 열중성자에 비해 냉중성자는 파장이 길어 원자 단위에 비해 사이즈가 큰 나노 구조를 관찰하는 데 용이하다. 정연호 원자력연구원장은 "냉중성자 연구시설이 마련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연구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유저그룹을 확대하고 하나로 활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훌륭한 논문들이 쏟아져나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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