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약사회, 절대불가서 일부수용 돌아선 이유는

심야응급약국 성과 기대 못 미치고 여론악화시 약품목 확대 선제 대응<br>일부 반대입장 강경해 내홍

그렇다면 일반약 약국외 판매의 유일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약사들을 대표하는 대한약사회의 입장이 '절대불가'에서 '일부수용'쪽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약사회가 주말 및 휴일 의약품 구입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심야응급약국사업의 성과가 국민을 만족시키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실련이 지난달 집계한 심야응급약국 현황에 따르면 전국 2만여곳의 약국중 심야에 문을 연 약국수는 60여곳도 되지 않았다. 이처럼 심야약국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등 영업적으로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에 참여한 서울의 A약사에 따르면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1일 평균 4만7,000원의 매출이 발생해 월 110만원의 수입이 생겼다. 그러나 심야시간동안의 근무약사 인건비(심야시간에는 통상임금의 1.5배 적용)와 약국관리비 등을 합쳐 700만원의 지출이 발생 월 6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국민 편익을 위해 약사 개인이 감수하기에는 너무 큰 손실이라는 것이 A약사의 하소연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 약사회에서는 회원들의 성금을 모아 심야응급약국의 손실을 보존해주려는 노력도 펼쳐지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심야응급약국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계속해서 약국외 의약품 판매 에 반대할 경우 여론이 더욱 악화돼 난처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론이 악화될 경우 정부가 국민불편 해소 등을 이유로 보다 전면적인 약국외 의약품 판매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도 약사회를 압박하고 있는 요인이다. 김구 대한약사회장은 최근 한 지역약사회 총회에서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사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약국외 의약품 판매장소를 공공기관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현재 상황을 고수하면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수도 있지만 세상의 변화와 여론을 고려하면 선택의 폭이 좁고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약국외 판매장소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정부와 협상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약사회의 한 관계자는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이 생각만큼 잘 이뤄지지 않아 국민불편을 충족시키는데 미흡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약국외 판매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경찰서, 공공기관 등 제한적 장소에서 제한된 시간에만 판매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대한약사회 산하조직인 서울시약사회가 약국외 판매 절대 불가론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고 일부 지역 약사회원들도 대한약사회의 이 같은 입장에 불만을 나타내며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약사회 내홍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몸으로 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막겠다"며 단신투쟁을 벌여온 민병림 서울시약사회장은 단식 8일째인 지난 3일 탈진으로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대한약사회로서는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도입하려는 정부에 맞서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내부 회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두가지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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