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인사에 떠밀린 조광래(57) 축구대표팀 감독은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
조 전 감독은 9일 서울 역삼동 노보텔앰배서더강남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떠나는 이의 마지막 변(辯)을 했다. 대한축구협회 회장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인한 경질이었기에 할 말이 많을 듯했지만 조 전 감독은 애써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7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앞만 보고 달려왔다. 최근의 혼란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전한다”는 조 전 감독은 “한국축구의 선진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목표했던 팀으로 완성하기 전에 중도 하차해 아쉬움이 크다”며 씁쓸해 했다.
조광래호는 1년5개월 동안 12승6무3패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 8월 한일전 0대3 완패와 지난달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레바논전 1대2 충격패 이후 회의론에 휩싸였고 황보관 협회 기술위원장이 지난 7일 조 전 감독을 만나 회장단 모임에서 결정된 경질을 통보했다. 성적 부진으로 인한 경질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기술위원회의 논의 절차를 생략해 파문이 컸다. 조중연 현 축구협회장이 2013년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연임을 위해 포석을 놓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조 전 감독은 ‘야권’의 허승표 전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과 친분이 깊다.
조 전 감독은 조 회장에 직격탄을 날리는 대신 기술위에 쌓였던 불만을 털어놓았다. “기술위에서 나오는 대표팀 분석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세밀한 일본과 너무 차이가 난다”고 말한 조 전 감독은 “행정 수준에서도 높은 수준이 돼야 기술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정말 좋은 기술위원들로부터 눈물 날만큼 지적을 받고 토의한 뒤 이런 결과를 받았다면 아쉽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위대한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항상 마음속으로 성원과 박수를 보내겠다”며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