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월척 낚으려면 새 낚시터부터 찾아라

최원석 하우동천 대표


지금 대한민국은 '허니버터칩앓이' 중이다. 흔히 감자칩이라고 하면 짭짤한 맛을 떠올리기 쉬운데 허니버터칩은 그런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렸다. 이 신개념 칩을 만든 기업은 감자칩 주 구매층인 10~20대 젊은 여성들이 단맛과 버터 향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고 한다. 경쟁자들이 모두 '감자칩은 짠맛'이라는 틀에 갇혀 있을 때 제조사는 제과업계에 '단맛 감자칩'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 허니버터칩은 출시 100일 만에 매출 50억원을 돌파하고 편의점 스낵 매출 1위에 올라서는 등 제과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범주의 제품을 개발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박을 터뜨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은 공교롭게도 거부감을 주기도 하고 익숙한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막연히 배척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사실 기업이 새로운 범주의 제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 개발에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굉장한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과감한 시도는 오히려 소비자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일으킬 수가 있고 자칫하면 기업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미 성공이 검증된 시장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크다.

허니버터칩 고정관념 깨며 성공


하지만 남들이 다 알고 있는 낚시터에서 큰 물고기를 낚는 것은 쉽지 않다. 즉 월척을 낚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남이 모르는 좋은 낚시터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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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관해 교훈이 될 만한 사례가 있다. 바로 식품냉장의 새로운 지평을 연 김치냉장고다. 1990년대 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비자들에게 기존 냉장고의 김치 보관 기능에 대해 어필하며 냉장고 시장에서 1등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한 제조사는 '와인 냉장고, 초밥 냉장고는 있는데 왜 우리의 고유한 음식문화인 김치를 위한 전용 냉장고는 없을까' 하는 작은 생각에서 출발해 1995년 국내 최초로 김치냉장고를 출시했다. 만약 이때 그 제조사가 김치냉장고가 아닌 삼성·LG가 생산하는 일반 냉장고 시장에 진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혹은 그 제조사가 원래 주력하던 사업인 자동차와 건물의 냉방 시스템 분야에 안주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결과적으로 당시 혁신 제품은 대성공을 거두며 김치냉장고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으며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김치냉장고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기업이 새로운 범주의 제품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남들이 찾지 못하는 틈새를 발견해야 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틈새, 바로 이 틈새가 새로운 범주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마케팅과 유통에 자신이 있어도 이미 1·2등이 장악하고 있는 기존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기보다는 규모가 작더라도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고 키워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규모 작아도 틈새 찾아 키워야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에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창성(오리지널리티)을 확보해야 한다. 혼자 힘들게 찾은 낚시터에 어느 날 다른 사람이 와 물고기를 마구 잡아간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 전에 이 낚시터를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낚시터를 발견한 기쁨에 안주하지 않고 다른 낚시꾼이 들어올 수 없도록 확실한 진입장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진입장벽은 확실한 기업의 제품력과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일 것이다.

지금 국내 시장은 소비자들의 편의에 맞춰 하루가 다르게 세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보석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범주를 발견하고 이를 키워나가는 노력이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도 가능하게 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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