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창업의 성공 요건

최재희 배재대 교수 겸 연합창업지원센터 소장

장기불황에는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 방법을 모르고 창업을 준비한다면 ‘백전백패’는 불 보듯 뻔한 노릇. 요즘은 지퍼로 된 주머니가 달린 옷이 유행이라고 한다. 그만큼 쉽게 주머니를 열지 않겠다는 소비자 심리가 반영된 디자인이다. 돈 벌고 불리는 데 귀재인 일부 부자들이 돈벌기를 거부하고 있는 게 요즘의 현상이다.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 부자들도 사업을 정리하거나 사업정리까지는 아니라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부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가진 돈을 쓰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버는 것도 쓰는 것도 중단한 상태라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인 불황과 사회적인 여건이 이들의 경제활동을 포기하게 만든 결과다. 창업시장에 내몰리고 있는 사람들은 지난 90년대 기계화ㆍ자동화 때문에 일자리를 뺏긴 직장인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을 희망하다 창업 전선으로 뛰어드는 청년 창업희망자, 가장의 소득으로는 생계가 곤란해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주부, 이혼율 증가에 따른 여성가장 창업자 등 장사 초년병들이다. 이들이 도전하는 창업시장 환경은 치솟는 물가와 저소득층의 소비 재무구조 6년 연속 적자 등으로 소비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소비 여력은 크게 부족하지만 정보화시대,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 소비자들의 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이 있다. 웬만한 마케팅이나 차별화 없는 영업은 철퇴를 맞기 십상이다. 장사 초년병들은 창업 전선에 내몰리고 있지만 구조적 포화상태의 창업시장에서 경험 미숙, 준비 부족 등으로 인해 실패에 부딪치고 있다. 갈 곳 없는 서민들 두 번 죽게 만드는 형국이다. 꿈을 잃은 서민들의 정서는 드라마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그토록 인기가 있는 것도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신데렐라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복권에 매달리고 경마 등 한탕주의가 만연해 있지만 꿈을 잃은 서민들의 탈출구가 돼주지 못한다. 인천대학 앞의 모 메밀생우동전문점은 24시간 영업을 하는데 하루 매출이 300만원선에 이른다. 방송에서도 성공사례로 방영된 유명한 집이다. 방송 여파도 매출에 일익을 담당했다. 그 집은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은 장소이다. 정문 바로 앞이지만 주변에 가게나 식당도 없다. 주차는 편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학생들과 소문을 듣고 자가용으로 찾아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은 무시하고 유명세 덕분에 예비 창업자들이 기술을 전수해달라며 돈을 들고 줄을 서는 형편이다. 다른 곳에 가서 같은 업종으로 창업을 하더라도 그 집처럼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은 없다. 이럴 경우 잘못하면 더 큰 피해가 생길 우려가 높다. 누가 잘되면 따라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인데 앞다퉈 보도하는 창업 성공사례의 경우 현실과 동떨어지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 같다. 예비 창업자들을 현혹하는 언론의 문제도 적지 않다. 어쨌든 사업은 자기책임이다. 유행에 휩쓸려 올인 창업하는 무모한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 대박을 기대하고 창업을 시작할 생각이라면 포화 상태인 창업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대박보다는 평생직장 만들기, 평생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 당장 생계를 창출해야 하는 만큼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 경기동향, 시중의 소비경향, 유행의 흐름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은 업종 선정의 기본이다. 기존 시장에 새로 참여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 인기 있고 잘 팔리는 상품이라 할지라도 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창업자의 취미ㆍ적성에 맞지 않는 아이템이라면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평생직업으로 적합성을 고려하고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성공창업은 돈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하고 10년, 20년 대대로 이어질 때 비로소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평생직장이 사라진 요즘, 창업은 대박이나 임기응변적 생계창출의 수단이 아닌 평생직장의 개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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