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2월 1일] 허울뿐인 '개방형 공무원' 공모

정기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과천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제 컨트롤 타워 인 기획재정부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승진 대상자는 많은데 자리가 없는 탓이다. 본부1급 고위공무원 7명이 9개월째 단 한 명도 이동이 없고 승진을 기다리는 2급 국장들 대다수가 1년 가까이 근무해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재정부와 긴장관계에 있는 출입기자단도 이번만큼은 인사적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재정부가 더 이상 내부 불만이 커지기 전에 숨통이 트이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최근 재정부 내부사정에 정통한 여권 핵심인사에게 전해들은 인사 소식은 이 같은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닫게 했다. 재정부의 개방형 직위인 미래전략정책관과 국제금융정책관 자리가 이미 내정됐다는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투자개방형(영리) 의료법인 도입 문제를 책임지는 미래전략정책관은 옛 기획예산처 출신으로 보건복지부 파견근무 경험이 있는 H모 국장급이, 조만간 교육파견으로 공석이 될 국제금융정책관은 국제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E국장급으로 정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과정에서 A국 인사는 선후배 기수가 꼬이면서 국회에 파견 나와 있는 M모 국장급이 불만을 표시하며 사표를 내 조만간 후임자가 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내정자들은 사전 업무보고를 받고 벌써 업무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인사구도가 이미 그려져 있음을 귀띔했다. 고위공무원단제도 법령상 개방형 직위는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거나 효율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한 직위로 공직 내부와 외부를 대상으로 공개모집으로 시험을 거쳐 적격자를 선발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사설이 사실이라면 관료조직의 폐쇄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개방형 직위제는 근본취지인 개방과 공모는 허울뿐인 채, '사전 각본인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게 뻔하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했다. 한 국가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 조직은 더욱 그렇다. 인사부서는 조만간 개방형 직위 공모에 착수한다고 한다. 이번 공모가 구색 갖추기에 불과한 절차인지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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