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흥국 통화가치 뚝… 금융위기 다시 오나

인니 루피아화 4년 반만에 최저… 태국·필리핀·터키도 11월 급락세<br>신용버블 터질 땐 은행 직격탄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를 유지하면서 잠잠해진 신흥국 금융위기가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달러 대비 가치가 4년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신용 버블이 터지면 신흥국 은행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대비 루피아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1만1,675루피아를 기록해 9월5일의 1만1,649루피아보다 더 하락했다. 이는 2009년 3월31일 이후 최저치다. 로이터는 하루 전인 12일 인도네시아중앙은행(BI)이 기준금리를 7.5%로 0.25%포인트 깜짝 인상했음에도 루피아 가치가 곤두박질쳐 충격이 더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연준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에서 발을 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의 10월 고용지표는 연방정부 셧다운(정부폐쇄)에도 불구하고 호조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이르면 오는 12월에 시작될 수도 있다”고 언급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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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인도네시아 증시도 장중 2% 가까이 급락했다. 10월 한달 동안 달러당 61루피대에 머물던 인도 루피 가치도 11월 들어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13일에는 장중 달러당 63.9루피로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외에 태국ㆍ필리핀ㆍ터키 등의 환 가치도 11월 들어 가파르게 떨어지는 등 신흥국 금융시장 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서울 블룸버그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폴 티브난 블룸버그 외환 및 상품 전자 트레이딩 글로벌 책임자도 “연준이 예상을 깨고 12월 출구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신흥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고 환율 변동성도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신흥국 신용이 2008년 이후 가파르게 늘어났지만 최근 들어 경제성장률이 꺾이고 각국이 연준의 출구전략에 따른 환가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대출금 상환에 비상등이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세계은행(WB)의 자료를 인용, 중국 기업의 신용은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였지만 지난해 132%까지 불어났고 같은 기간 터키가 33%에서 54%, 브라질이 53%에서 68%로 늘었다고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지난해 이 수치가 150%를 돌파했다.

블룸버그는 신용회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은행권 위기로 이어지고 이것이 국가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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