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제의 골프인] 차사고 극복한 박철홍

박철홍(46)씨.그는 오른 팔이 왼손보다 5㎝정도 짧고 손가락을 전혀 움직일 수도 없다. 그런데 그의 핸디는 싱글이다. 최고스코어는 지난 97년 수원CC에서 기록한 79타. 그는 몸이 성한 사람들도 치기 어렵다는 싱글을 치며 골프레슨프로를 꿈꾸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골프를 통해 재기의 의지를 다지고 새로운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박철홍씨도 그런 사람이다. 골프가 절망에 빠진 그를 살려냈고, 골프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박철홍씨는 서양화가다. 그러나 그의 인생진로는 88년4월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친구가 몰던 차에 동승했다가 오른 팔뚝이 잘리는 대형사고를 당했다. 달콤한 신혼에 빠져 있었고, 첫 아이의 돌을 불과 두달 앞둔 그야말로 꿈같은 시절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더욱이 붓을 잡아야 하는 손을 잃었다. 투병생활 1년동안 봉합수술과 피부이식 등 3번의 수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의 오른팔이 짧아진 것이다. 신경도 마비돼 조막손이 됐다. 절망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희망을 찾게된 것은 지난 95년 겨울, 서울 성내역 부근에서 실내연습장을 운영하는 어릴 적 친구를 찾아가면서부터였다. 잠시 외출했다 돌아온다는 친구는 꽤 오랜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리기가 지루했던 그는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연습장 한 켠에 있던 클럽을 잡고 휘둘러보았다. 그런데 볼이 제법 맞았다. 그때 외출했던 친구가 돌아왔다. 『야! 스윙폼이 그럴싸한데. 그래, 너 이생각 저생각 다 잊고 취미삼아 이거 한번 해봐라』고 친구가 골프를 권했다. 새로운 출발이었다. 지난 3년의 투병생활이 홀로 「외딴섬」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면 그때 골프와의 인연은 단절됐던 삶의 현장으로 다시 인도되는 실낱같은 불빛이었다. 희망이 보였다. 세계적인 골프교습가인 데이비드 리드베터의 레슨테이프와 일본 NHK 골프방송의 녹화 테이프를 구해 반복해서 봤다. 그게 그가 배운 골프레슨의 전부였다. 그로부터 한달만에 친구들의 권유로 필드에 처음 나갔다. 120타(뉴서울CC 북코스)를 넘게 쳤다. 오기가 발동한 그는 밤낮없이 연습했다. 결국 그는 골프채를 잡은 지 석달만에 100대(남수원CC)의 벽을 깼고, 남성대코스에서는 일생에 한번 칠까말까한다는 홀인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가 싱글로 접어들기까지는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과 훈련이 있었다. 『임팩트 후 폴로스루가 가장 힘들었어요. 팔을 길게 쭉 뻗어줘야 하는데 오른팔이 짧기 때문에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요령을 터득했습니다. 그립을 할 때 오른손은 갖다대 클럽을 받쳐 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굳어있는 엄지와 검지손가락 사이를 벌려서 그립을 잡습니다.』 朴씨는 허리축을 이용한 몸통회전으로 임팩트하기 때문에 이제는 클럽을 잡을 수 있는 힘만 있으면 스윙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7번 우드와 5번 아이언이 장기인 그의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는 240야드에 이른다. 그러나 그는 골프와 인연을 맺게 해준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또한번 큰 실의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친구를 위해서라도 골프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회로부터 격리됐던 그에게 골프와 인연을 맺게 해 준 은인에 대해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시험에 응시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매일 2시간씩 400개의 볼을 쳐내며 연습에 몰두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골프입문 2년만에 스코어를 80대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97년 7월 시험을 앞두고 관악CC(신코스)에서 88타, 다시 1주일만에 81타로 줄였다. 결국 그는 스윙보다도 필기시험(운동학개론 등 8개 과목)이 더 어렵다는 3급 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이제 그의 목표는 프로테스트에 도전하는 것이다. 박철홍씨는 『세미프로테스트에 응시할 수 있는 나이제한이 폐지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하늘나라로 간 친구에 대한 보답으로 반드시 합격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창호 기자 CH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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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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