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누스 총재가 권하는 빈민구제 방법

”빈곤층을 스스로 일어서게 하라.” 제8회 서울평화상을 받기 위해 방한한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의 말은 씹을수록 맛이 난다.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대학교수직을 내던지고 주머니를 털어 빈민구제를 하고 있는 사람의 말이라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 빈민구제는 퍼주기식이 되기 쉬운데 이는 빈곤층의 자활의지를 꺾고 받아먹는 타성을 기를 위험이 있다는 경고다. 경제학을 전공한 유누스 총재는 상아탑 속의 이론만으로는 빈곤을 구제할 수 없다는 자각에서 빈민구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처음 주머니 돈 27달러를 신용 대출한 것을 계기로 그라민은행을 설립해 빈민들의 자활할 수 있는 의욕을 부추기고 자활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빈민구제방법은 많은 호응과 함께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그에게 서울평화상과 노벨평화상을 동시에 안겨주기도 했다. 빈곤은 모든 사회문제의 원천이다. 이 때문에 국가마다 해소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처럼 빈민층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나온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빈곤은 정책이나 제도의 잘못에 기인하는 점이 많은 데도 위정자들은 이의 해결보다는 자선사업식의 구제에 주력했다.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빈민구제나 실업난 해소는 유누스 총재의 말대로 자활의지, 즉 일하려는 의욕을 북돋우는 것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양극화 해소나 실업난 해소 방법은 생색내기가 중심을 이룬 퍼주기식이다. 효과도 적은데다 혜택을 받는 사람도 고마운 줄을 모른다. 선진국들이 복지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반성에서 비롯됐다. “선진국 복지제도는 빈곤층의 자활의지를 떨어뜨려 빈곤탈출의 장애가 된다”는 유누스 총재의 지적은 복지제도 완비를 서두르는 우리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복지제도 완비를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퍼주기보다는 잘못된 제도나 법을 보완해 자활의지를 북돋우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